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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y 10. 2016

아빠 회사 가지 마

아침 6시 10분에 눈을 떴다.


아차! 어제 딸을 재운다는 게 같이 자버렸구나. 또 11시도 안되어서 잠이 들었다. 덕분에 몸이 좀 개운해진 것 같다. 하루 종일 퇴근하고 밤에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미루어버렸다.

 

일찍 일어난 김에 책을 찾았다. 맞다! 어제 짐이 많아서 책을 차에 두고 왔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우산을 쓰고 차에 가서 책을 가지고 왔다. 알람이 울린다. 난 알람 맞춰둔 적이 없는데.. 오늘 일찍 출근해야 할 아내가 맞춰놓은 것 같다. 아내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서 책을 한 장 펼쳐 든다.


아빠 어딨어?

딸이 깨어났다.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 아까 그 알람 소리 때문인가? 급하게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여준다. "아직 잘 시간이야, 자장~자장~" 다시 잠들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딸은 살포시 눈을 떴다. 그리고 내 목을 껴안는다.


아빠 회사 가지 마


"아빠 회사 가야 돼요. 회사 나가야 돈 벌어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재밌는 장난감도 사주지" 딸을 달래 놓으면서 껴안은 손을 살짝 푸는데, 딸이 울음을 터트린다.

 

필요 없어 가지 마. 그냥 옆에 누워

 

"아빠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어제 갖고 놀던 자동차는 어딨지?" 우는 딸을 달래기 위해서 전날 사온 장난감 들먹인다. 딸은 벌떡 일어나서 장난감 찾으러 나간다. 다행이다. 그리고 미안하다.




아빠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필요로 하는 시기가 얼마나 더 남았을까? 아마 길어야 10년 일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아빠에게 파생되어 나오는 여러 가지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지금은 딸이 나를 찾지만 내가 시간이 없다. 10년 후 나는 시간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딸이 나를 찾지는 않겠지. 아빠는 시간을 달려서 너에게 최대한 많이 다가갈 테니, 너는 시간이 흘러도 지금 모습이 조금만 변했으면 해.  



※ 참고

1) 자동차 장난감은 삼촌이 어린이날 선물로 사줌.

2) '시간을 달려서' 표현은 가수 '여자친구'의 노래에서 떠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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