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을 응원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부산에 채용 관련 잡카페에 다녀왔다.
취업 준비할 때 캠퍼스 리쿠르팅이나 채용설명회에 자주 찾아다녔다. 이번에는 지원자가 아닌 상담자로 참석했다. 취업준비생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인사팀의 요청으로 인해 가게 되었는데, 내심 기대가 되었다.
채용을 한다는 것, 면접을 본다는 것
가끔 현장 근무인력을 채용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함께 일할 직원을 선택하듯이 지원자들도 나와 회사를 선택한다. 서로 만족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
면접을 보러 오면 나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마치 회사 소개를 프레젠테이션 하듯이 준비해서 정성껏 한다. 내가 면접을 보는 자세로 정장을 갖추어 입고, 공손하게 대한다.
함께 일할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분에 대한 예의, 함께 일하지 않더라도 잠재고객에게 대한 예의. 그 순간은 회사의 대표로서 회사 이미지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재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만 좋은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오래 일할 수 있다.
무슨 회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좋은 직원이 될 수 없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애초에 지원하지 않거나, 채용과정에서 거를 수 있는 게 좋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 빨리 장소에 도착했다.
카페 직원분이 주신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답변 준비를 했다. 계열사별로 1~2명씩 담당자가 도착했다. 인사담당자가 대부분이고 나 같은 직무담당자가 몇 분 있었다.
어쩌면 1~4년 차의 인사담당자보다 5년 이상 근무한 직무담당자가 회사나 직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인사과나 본사의 후배들에게 물어보면 우리 회사가 뭐하는 회사인지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나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잡카페는 취업박람회보다는 한결 더 부드럽고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취업박람회는 각 부스에 담당자가 앉아서 질의응답을 하고, 현장 면접을 보기도 했다. 반면 잡카페는 30분간 소수의 인원이 커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나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고 했는데, 상담한 친구들은 긴장하거나 혹은 어려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건 아마 내 나이와 얼굴이 그리 녹록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미안해요. 친구들ㅜㅜ 최대한 상냥하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어색해하던 친구들도 상담시간이 시작되자 소나기같이 질문을 쏟아냈다. 기본적인 질문부터 마치 내가 면접을 보는 듯한 질문('회사에서 보람 있었던 경험은 무엇이고, 어려웠던 경험과 그 경험을 극복하게 된 사례를 말해보세요')도 있었다.
예상 질문 리스트와 취업을 준비하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정성껏 답변을 했다. 30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에 사내강사로 일할 때 서서 몇 시간씩 말할 때보다는 덜하지만, 상담시간 30분이 끝나고 나면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근처에서 오신 분도 많았지만, 서울에서 찾아온 분도 있었다. 그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고 고마웠다. 그런 정성과 열정이 있는 분들은 우리 회사든 다른 회사든 바라는 곳에 채용이 되어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 가장 질문을 많이 받은 5가지를 추려보았다.
1.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2. 담당자님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요?
3. 입사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 있을까요?
4. 학벌이나 스펙이 별로 안 좋은데 괜찮을까요?
5. 입사 TIP이 있을까요?
1.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 나와 우리 회사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구나. 심지어 계열사 인사 담당자들도 나에게 몇 번이나 물어봤다. 말하자면 정말 길다.
2. 담당자님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돼요?
→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일과를 알려주었다. 근데 정해진 일과 외에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일이 많아서 정해진 일과를 알려주면 여유롭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다 말해주면 입사를 포기할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
3. 입사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 있을까요?
→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자격증을 가지고 들어오는 친구들을 못 봤고 필요도 없다. 전문성과 연관 있을까 해서 입사 후에 유통관리사 교재를 봤는데 전혀 필요 없었다.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가 있다면 실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더 꼽자면 공인노무사 같은 자격증이 도움이 될 텐데, 그 자격증이 있으면 다른 진로를 택하겠지? 자격증 딸 시간에 자소서와 인적성 시험 준비에 더 할애하라고 했다.
4. 학벌이나 스펙이 별로 안 좋은데 괜찮을까요?
→ 입사지원을 하다 보면 취업카페나 현직자들에게 실제로 대학, 학점, 토익 등에서 커트라인을 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일단 우리 회사는 아닌 게 확실하다. 실제로 다양한 대학 출신들이 입사해서 일하고 있다. 게다가 현직자들을 보면 명문대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실제로 학벌/스펙과 일 잘하는 것은 연관성이 없다. 다만 취업문이 좁고 불안하다 보니 계속해서 스펙을 올리게 되는 현상이 벌어져서 안타까울 뿐이다.
5. 입사 TIP이 있을까요?
→ 이건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현직자를 직접 찾아가서 들이대라고 했다. 좀 무식한 방법이지만, 나도 그렇고 동기나 후배들도 현직자를 찾아가서 효과를 보았다. 매장을 찾아다니면서 레이아웃을 그리고 현상과 개선점을 제시하는 제안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런 과정을 자소서에 녹여서 쓰면 입사에 유리한 에피소드가 하나 완성된다. 실제로 면접에서도 저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다가 합격한 사례가 종종 있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지원자의 입장에서 현직자나 채용담당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때 미처 몰랐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것들을 알려줄 수 있다면 불안한 취업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늘 만난 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취업 준비할 때의 간절함, 현재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정체된 나에 대한 부족함.
만약 내일 내가 회사에서 쫓겨난다면? 내 명함에서 회사명과 직급과 직책이 지워진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공부하고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 단번에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수차례 탈락의 아픔을 겪습니다. 그건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자리가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다들 힘내서 꼭 나를 알아봐 주는 곳에 취업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