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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Aug 17. 2016

맞벌이가 옳은 것일까?

딸에게 무슨 대답을 해야할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그래서 나는 젖먹이 때부터 남의 손에 길러졌다. 요즘에야 맞벌이 가정이 태반이지만, 당시에는 열 집에 한두 집이었다. 지금처럼 육아 돌보미제도가 있던 시절도 아니다. 우리 집에 오는 아줌마들은 아기에 대한 책임감이나 애정이 없었다. 낮술을 마시고 방치해두는 사람도 있었고, 자는 아이를 두고 볼일을 보러 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를 돌봐주는 아줌마들은 계속해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혼자 있을 때 불안증세가 생겼다.


<이미지 출처 : tvn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아버지는 아줌마가 오시기 전에 나를 목마에 태워놓고 출근을 하셨다. 목마 위에서 울면서 아빠를 찾는 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하신다. 그게 아직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하신다.


다행스럽게 유치원에 갈 때 즈음 친척 할머니의 손에 자라게 되었다.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에게는 형제가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저녁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집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항상 친구 집으로 향했다. 함께 놀아주는 친구가 좋았다. 그때부터 사람이 좋았고, 사람이 그리웠다.


친구를 사귀거나, 연애를 할 때도 계산이나 밀당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사람이면 마음을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가선다. 그래서 상처받은 적도 많다. 하지만 나는 그게 좋았다.



하느님 동생이 생기게 해주세요.


5살 때부터 1년간 자기 전에 매일 기도했다. 맞벌이에 애 한 명도 키우기 힘들었던 부모님은 고민하다 친척 할머니가 봐주시기로 약속을 하고서야 동생을 낳아주셨다. 6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 그렇게 태어났다. 외로운 나에게는 소중한 형제였다. 친구들과 놀 때도 동생을 항상 데리고 다녔다. 이 녀석이 벌써 장성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나는 집에 있는 여자와 결혼할 거야

어린 시절 나의 다짐이었다. 내 아이는 외롭지 않게 집에서 엄마가 돌봐주고,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세월이 흘러서 나는 맞벌이하는 여성과 결혼을 했고, 현재 아이 하나만 두고 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이기적으로 변할 걸까?


요즘은 다 맞벌이하니깐.
어린이집이 생겼잖아.
외할머니가 따뜻하게 보살펴주잖아.


핑곗거리를 찾아서 붙이지만 마음 한 구석은 죄책감이 남아있다. 아마도 아버지가 나를 혼자 두고 출근하면서 느꼈던 그런 지울 수 없는 미안함 같은 걸까?


"나는 왜 형제자매가 없?" 라고 딸이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딸의 질문에 부끄럽지 않은 답변을 하면서 사는 것이 나의 목표인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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