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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Sep 08. 2016

양치 전쟁

싫으냐? 아빠도 싫다!

양치하기 싫어요


벌써 일주일째다. 매일 밤마다 딸과 전쟁을 치른다. 이 닦이려는 자와 이 닦지 않으려는 자의 전략전술이 펼쳐진다.


아빠라고 왜 모르겠니? 아빠도 어릴 때 양치하기가 싫어서 몰래 자는 척하곤 했다. 내 그 마음 다 안다. 덕분에 입안에 아말감과 황금이 가득한 광산이 되었잖니? 부끄러운 자산이다.




치약을 어린이용으로 바꿔주세요.

어린이집 알림장에 선생님이 요청하셨다. 사건의 발단은 이때부터다. 0~2세 치약을 오래 썼다. 거품이 덜하고, 자극도 적어서 거부감 없이 양치가 가능했다. 이제는 어른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기에 유아용 치약으로는 한계가 있다.

치약을 3~5세용 치약으로 바꾼 후 양치를 완강히 거부하기 시작했다.


"매워~매워~"

연거푸 외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 입에 치약 한 덩이를 짜넣었다. 와인 맛보듯 입안에서 돌려보았다. 화장품 맛과 달짝한 젤리 맛이다. 맵지는 않으나 생소하고 두려운 모양이다.


치카치카를 잘해야 내일 케이크랑 요구르트 또 먹을 수 있어.

동화책 곰곰 이랑 토실이도 이 잘 닦지? 잘 닦을 수 있지?

도깨비가 이 안 닦는 아이들 잡아간대.

이 안 닦으면 병원 가서 큰 주사를 콕 맞아야 해. 아프겠다!

'치카치카' 빨리 하고 루피랑 키티 데리고 아빠랑 침대로 소풍 가자.

아빠 봐요. '치카치카'하면 누가 좋아요?


회유와 협박이 최근 들어 잘 먹히지 않는다. 나의 전략전술은 제한적인데, 이 녀석이 너무 많이 진화해버린 걸까? 요리저리 대답을 하면서 잘도 빠져나간다.


1시간이 넘는 씨름 끝에 결국 강공책을 써버렸다. 한바탕 혼이 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겨우 양치를 마쳤다.

이게 아닌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딸의 눈물을 보니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을 자주 한다. 도저히 방법이 없다가도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해결되는 일도 있었다. 처음 변기에 쉬야할 때 그랬고, 처음 고기를 삼킬 때도 그랬다. 우리 아이만 이상한 게 아닐까? 우리 부부는 심각하게 걱정했지만, 걱정한다고 해결되진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을 부모가 처음이라서 몰랐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양치도 자연스럽게 잘하겠지. 그전까지 너의 작고 예쁜 치아를 지키려고 엄마, 아빠는 한동안 파이팅을 하려고 해.



※ 산후조리원에서 아기에게 처음 젖병을 물릴 때, 젖병꼭지 끝부분만 입에 물려놓았습니다. 아기가 안 먹고 울어서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을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가 한심하다는 듯이 안고 젖병꼭지를 입안에 쏙 넣어주시더군요. 처음이라서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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