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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Sep 13. 2016

한반도에 지진이 발생했다

여보, 방금 흔들리는 거 못 느꼈어?


어제저녁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예민한 아내는 여진을 느끼고 나에게 물었다.


"응? 난 모르겠는데.."


대답을 미쳐 마치기 전에 굉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아파트가 흔들렸다. 난생처음 느낀 지진의 공포였다. 아내와 딸은 눈이 동그래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서 쿠션을 가져와서 하나씩 손에 들려줬다.


"또 흔들리면 이걸로 머리를 막고 저기 식탁 밑으로 들어가는 거야"


스마트폰 집어 들었다. 검색어에 지진 관련 용어들이 뜬다. 지진이 구나. 아직 뉴스 속보는 뜨지 않았다. TV를 틀었다. 채널을 돌려도 오락 프로와 드라마만 나온다. 번듯 JTBC가 떠올랐다. 채널을 돌리자 손석희 앵커가 앉아있다. 존재만으로 믿음이 간다. 다른 뉴스를 진행하다가 잠시 멈추고 속보를 알린다. 경주 인근에서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게 바로 지진이구나.

처음 경험한 지진에 매우 불안해졌다. 일본처럼 내진 설계가 잘 되어있고, 재난 대비가 체계적으로 된 나라도 큰 피해를 겪는데, 하물며 대비가 엉망인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뉴스를 보고 있는데, 더 큰 진동이 느껴졌다. 아까보다 더 흔들림이 강하다. 바깥에서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린다. 카카오톡과 전화가 한동안 먹통이 되었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배운 것이 있다.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뉴스와 인터넷에서는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온다.


믿을 수 없다

아내와 딸에게 옷을 입히고 현관문을 열었다. 가방에 물, 비상식량, 다용도 칼 등을 챙기고 딸을 안고 계단으로 뛰어내려 갔다. 아파트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서 우와좌왕하고 있다.


아파트 주변은 매우 위험하다. 건물이 붕괴되지 않더라도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낙하물을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딸의 머리를 가리고 신속히 차에 탔다. 어디로 가야 하나? 건물이 없는 넓은 장소를 떠올렸다. 집 근처에 아주 큰 공원이 있다.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전문가도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믿지?

공원 주변은 이미 대피하러 온 차들로 가득했다.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신호등이나 표지판 등 쓰러질만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고 내렸다. 라디오와 스마트폰으로 계속 정보를 수집했다. 정보는 많으나 믿을만한 것이 어떤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지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지진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 신뢰가 안 간다. 그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말인지, 정말 정확한 말인지 모르겠다. 그럴 때는 가장 안전한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 '괜찮겠지'라는 생각과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안 된다.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내가 좀 우스꽝스러운 꼴을 당해도 괜찮다. 일이 터져서 준비하길 잘했다는 뿌듯함보다 훨씬 낫다.


문득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가 떠오른다. 난생처음 태풍과 해일의 두려움을 경험했다. 도와달라는 할머니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와 차를 타고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도로에 물이 차서 차가 멈추었다. 우리는 높은 곳으로 피했다. 할머니 댁과 외가댁이 태풍과 해일로 폐허가 되었다. 집은 무너져서 사라졌고, 집이 있던 자리에 트럭이 밀려 들어와 있었다. 사촌 형이 하던 가게 바로 옆 건물에는 익사사고가 있었다. 특별한 곳에서 재난이 일어난 곳이 아니고, 아주 익숙한 생활반경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안일하게 대처하면 절대 안 된다.


안전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

가족들이 공원으로 피했다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부모님이 유난스럽다고 코웃음을 치셨다. 4살짜리 딸도 환갑이 넘은 아버지도 처음 겪는 일이다. 나이와 경험이 많다고 처음 겪는 일도 익숙한 일처럼 확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안전과 직결된 문제는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기도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유난스러운 제가 비웃음 당하게 해주소서.     



※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다시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피해를 줄이려면 국가와 개인 모두 준비와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진 대비 요령, 대피할 장소 등은 미리 숙지하고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출처 : 인스타그램 #pray fo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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