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계란밥(계란에 비벼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버지와 나의 피를 물려받은 것이 분명하다
어린 시절, 특별한 반찬 없이 아버지와 계란에 밥을 비벼 먹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간을 기가 막히게 잘하셨다. 반숙 계란에 간장, 참기름, 깨소금의 비율이 환상적이었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주말 아침은 내가 준비하는 편이다.
주말만큼은 아내가 푹 자도록 두고, 일찍 일어난 부녀는 주린 배를 채울 무엇인가를 냉장고에서 찾고 있다. 나야 밑반찬이나 국만 있다면 밥 한 그릇 뚝딱이지만, 딸아이는 까다롭다. 언제는 잘 먹던 음식을 기분에 따라서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곤 한다.
계란만은 예외다! 딸에게 계란은 진리다.
"음.. 무슨 반찬이랑 먹을까?"
"나 계란밥! 아빠가 계란밥 만들어줘!"
아차.. 밥이 없구나. 급히 쌀을 씻어서 밥을 짓는다. 계란밥을 먹으려면 진밥보다는 약간 꼬돌거리는 밥이 맛있지만, 딸아이가 소화시키기 좋게 물을 조금 더 넣었다.
칙칙칙~증기가 배출됩니다.
밥이 완성되는 동안 프라이팬에 계란 두 알이 올라간다. 프라이로 먹을 때는 완숙도 상관없지만, 계란밥을 먹을 때는 반숙이 좋다. 잘 비벼지고, 목 넘김이 좋기 때문이다.
계란이 식용유를 입고 지글거린다. 너무 오래 두면 계란 가장자리가 딱딱해진다. 비벼먹기에 적합하지 않다. 자주 뒤집어주면 좋다. 프라이팬이 어느 정도 달궈지면 가스레인지를 잠근다. 지금의 열기만으로 반숙은 충분하다. 흰자와 노른자가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익으면 잠시 기다린다.
완성된 밥을 뒤집은 후에 큰 대접에 두 주걱 뜬다. 그 위에 반숙 계란이 올라간다. 간장을 한 숟갈 부어서 흩뿌린다. 참기름 한 숟갈을 더 넣고, 깨소금을 뿌린다.
밥알이 눌리지 않게 숟가락을 세워서 슥슥 비빈다. 밥을 비비고 있는 나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닮았다. 아버지도 나에게 계란밥을 만들어주셨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딸과 마주 앉아서 아침을 한술 뜬다.
첫 숟가락에 씻은 김치를 얹어서 입에 넣어준다. 몇 번 우물거리는 동안이 길게 느껴진다.
"어때? 맛있어?"
"응.. 마시쪄. 아빠 최고!"
그제야 웃음을 머금는다.
"그렇지? 아빠가 만든 게 맛있지?"
"응, 아빠도 얼른 먹어"
연거푸 숟가락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딸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나도 아버지에게 그런 아들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