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밍아빠 Mar 08. 2018

가성비 갑인 뷔페식 식당

신림동 '고시식당'을 떠올리며

뷔페에 처음 간 것이 언제였을까?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좋았다.


1) 고교시절

학교 주변에는 작은 뷔페가 한 곳 있었다. 당시 가격으로 인당 7천 원. 자장면 3그릇 정도 가격이라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어대던 것이 기억난다. 돈을 아껴서 토요일 점심시간에 종종 가곤 했다.


한창 먹을 나이라 3 접시 정도는 거뜬히 먹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탓에 친구들과 2주 정도 돈을 모아서 그날만을 꼽았던 것 같다. 사장님 입장에서 보면 우린 별로 돈 안 되는 손님이었을 테지..


2) 대학시절

시푸드 레스토랑, VIPS, 애슐리 같은 프랜차이즈 샐러드바가 생겨났다. 대학생이 가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가끔씩 친구들과 갈 때면 연어, 새우, 치킨 등 한 가지만 조지는(?) 것이 유행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 덕분에 그런 메뉴가 요즘은 사라진 것 같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은 많이 먹지도 못하고 가족들과 다 같이 가서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3) 백수 시절

신림동에서 찾은 최고의 성과는 역시 '고시식당'이다. 지금까지 고시식당의 가성비를 충족시키는 곳은 찾지 못했다.


신림동에서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등이 잘 팔리지 않았다.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영양 높은 고시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3천 원 전후의 가격으로 뷔페식 식사가 가능했다. 물론 음식이 수십 가지씩 되지는 않았다. 내가 살던 반지하 고시원 옆에는 일대에서 가장 맛있다는 고시식당이 있었다. 8~9가지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주머니 가볍고 허기진 나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식권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2천 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사놓고 먹었다.


4) 현재

30대 전후가 되어서 뷔페가 싫어졌다. 결혼식이나 돌잔치에 자주 가기 때문이다. 매주 뷔페를 먹거나 심지어 주말에 3번 먹는 경우도 생긴다. '물린다'는 표현이 생각난다.


3만 원부터 15만 원짜리 뷔페까지 먹어보았지만 음식이 특별히 맛있는 경우가 드물다. 단일 메뉴를 파는 식당보다는 식자재의 질도 떨어지고, 대량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한 가지씩 정성껏 만드는 경우보다 맛이 못할 수밖에 없다.




뷔페에 질린 요즘도 가끔씩 뷔페식 식당이 있나 기웃거린다. '고시식당' 같은 곳이 있나 하고 찾는 것이다. 비슷한 분위기를 찾으려면 공사장 근처 함바식당에 가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함바식당은 공사기간에만 잠시 장사를 하는 곳이라 밥을 먹는다기보다 때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공사장에서 근무하시는 분 위주로 찾는 곳이라 일반 사람이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레지던스 조식(좌) , 시내 뷔페식 식당(우)
노량진 고시식당(좌) , 고시식당과 유사한 뷔페식 식당(우)


최근에 고시식당과 비슷한 곳을 찾았다. 혼자 가보고, 아내와 부모님과도 간 적이 있다. 손맛이 좋았다. 다들 음식이 맛있다고 했다. 7천 원. 한 끼 식사를 하기에 부담 없는 가격이다. 그러고 보니 고교시절 즐겨 다니던 뷔페와 가격이 똑같다.  




값싼 뷔페식 식당을 찾는 이유는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힘들었던 시절 배를 채워주던 고시식당의 향수와 그 시절 외롭게 밥을 먹으면서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던 내 모습을 되새기고 싶기 때문이다.


※ 채식을 해야 하는데, 맨날 육류섭취가 많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계란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