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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Feb 03. 2018

퇴사 만류하는 사람

절대 현혹되지 마라

나는 퇴사 만류하는 사람이다.


내가 일하는 업종은 퇴사율이 높다. 근무강도가 세고, 보수가 낮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회사는 직원 퇴사율을 관리자 평가에 포함시켰다. 퇴사율이 높을수록 관리자의 평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부하직원들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오히려 퇴사를 핑계로 관리자에게 갑질 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직원들이 퇴사 의사를 밝히면 다른 곳처럼 형식상 면담이나 만류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필사적으로 붙잡는다. 현장 관리자 입장에서는 평가도 있지만, 새로운 인력 채용, 교육, 적응까지 담당해야 하는 고충이 크기 때문이다.


수년간 많은 직원과 면담을 했다. 처음에는 퇴사하는 사람을 한 명도 만류하지 못했다. 나에게 진심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일이 힘들어서,
몸이 안 좋아서,
사람이 싫어서,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려고,


사유가 많았지만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정확한 퇴사 사유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게 직원들을 떠나보냈다.




언제부터인지 퇴사를 만류하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기 시작했다. 진심이 통했을까?

정말 퇴사하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몇 시간씩 이야기하면서 펑펑 우는 직원도 있고, 관리자가 모르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직원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면담을 하면서 마음을 돌리는 직원이 하나, 둘 생겼다.


업무와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그만두려는 직원이 80%였다. 더 나은 직장(보수가 세고, 업무강도 약한 곳)으로 이직하는 직원은 20%밖에 되지 않았다.


더 나은 직장으로 떠나는 직원을 잡을 수는 없었다. 좋은 곳으로 가서 축하한다는 말과 그곳에서 잘 지내라는 말을 해줄 뿐이다.

 

하지만 80% 직원들은 면담 과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최근 2년간 나와 함께하는 직원 중 퇴사자가 한 명도 없다. 다른 관리자가 연간 4~8명씩 퇴사시키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준수한 방어율(?)이다.

모두 막아주마!




시도했던 방법 중 직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준 행동을 정리했다.


1.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만나서 퇴사하려는 이유와 어떤 점이 힘든지 잘 들어주자. 중간에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면 반감이 생긴다. 무조건 들어주자. 질문하면서 정보를 얻고, 이야기를 잘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자.   


2. 리액션을 잘 취해준다.

"아~", "그랬군요" , "힘드셨겠네요" , "속상하죠" , "제가 그 부분을 신경 쓰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이컨택과 리액션을 통해서 공감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수첩에 적거나, 스마트 폰을 하고, 성의 없는 자세로 들으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법이다.


3. 직원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해 어필한다.

왜 직원을 잡으려고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자. 평소에 잘하는 점, 동료들과의 관계, 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바를 말하면서 필요한 인재이기 때문에 꼭 함께 일하고 싶다는 것을 어필한다.


4. 조직에 남았을 때의 장점과 비전을 설명한다.

현재 조직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 향후 조직의 긍정적인 변화. 그에 대한 혜택을 설명한다. 승진, 인센티브, 복리후생 등을 설명하는 것도 좋다.


5. 평소에 좋은 관계 맺기

평소에 잘 챙겨주고, 믿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꼭 표현한다. 가끔 티타임을 갖는 것도 좋고, 카톡으로 격려와 응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을 챙기는 것


'자녀의 졸업식에 꽃 보내기' , '가족 생일에 케이크 보내기' , '자녀 축구 시합 있는 날 치킨 보내기'

"OO야, 생일 축하해. -엄마 회사 삼촌-" 

메시지까지 보내면 반응이 더 좋다. 


다음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 직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6.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것을 사준다.

'물량공세'라고도 한다. 그 사람이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한다. 면담 장소는 사무실보다는 카페가 좋다. 맛있는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자녀를 불러서 같이 식사하는 방법도 써보았다. 그 자리에서 이야기한다.


"엄마(아빠)가 너무 일을 잘하셔서 삼촌이 꼭 같이 일하고 싶어"

"엄마, 이 삼촌 좋은 사람 같아. 같이 일해"


5번에서 이미 선물을 받은 자녀라면 어김없이 나의 편을 들었다.

 

7. 정에 호소한다.

평소에 관계가 좋고,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 방법을 써 볼 수 있다.

"우리 팀에 OO 씨가 계셔서 이렇게 잘할 수 있었는데, 퇴사하시면 저와 다른 직원들은 어떡하죠?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8. 동료직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관리자가 붙잡는 것보다 친한 동료 직원이 붙잡는 게 효과가 크다. 평소에 친한 직원과 함께 식사자리를 마련해서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한다. 통상 친한 동료 직원들이 만류하면 뿌리치기 쉽지 않다.


"언니 우리 같이 일해요. 언니 나가면 우리 무슨 재미로 일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히지 않는 사원은 미련을 갖지 말자. 사직서와 퇴직금 정산 등 필요한 사항을 잘 정리하게 도움을 주자. 인수인계와 퇴사 날짜를 잘 조정하고 후임자 채용에 힘써야 한다.


마지막 모습은 아름다운 것이 좋다. 나쁜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만 간직할 수 있도록 업무 마무리를 잘 도와주자. 그리고 서운한 점은 사과하고, 고마운 점은 꼭 표현하고 이별하도록 하자!


세상은 생각보다 좁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것이 사람 일이다.  




※ 리더십의 롤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촌장


 북한군 장교가 시골 촌장에게 묻는다.

"큰소리 한번 내지 않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뭡네까?

"뭐를 마~이 멕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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