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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Feb 08. 2018

20대에 쓸 수 있는 여행 팁

젊으니깐 가능하지

지금이야 물에 젖은 솜(아내가 퇴근 후 나를 그렇게 부른다) 같고, 집 밖으로 나가기 싫은 영락없는 아재지만, 20대에는 무모하고 모험가 기질이 강했다.


계획 없이 한 달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자전거 전국일주도 했다. 정보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그냥 맨땅에 헤딩이었다.


젊음이라는 무기는 생각보다 강하다.

시간, 체력, 그리고 패기


20대에는 돈 빼고는 모든 게 풍족하다. 혹시 돈이 부족해서 모험을 떠나는 것이 두렵다면 일단 저질러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가려면 교통비를 제외하고 숙박비와 식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당시에 경험한 몇 가지 팁이 있어서 공유하려 한다.


* 숙박 *


1. 종교시설

성당, 절, 교회에 찾아가자.


"여행 중인 학생인데 하루만 묵어갈 수 있을까요?"


 당시에는 여관이나 숙소를 못 찾아서 들어갔지만 종교시설은 우리를 따뜻하게 받아주었다. 노숙이나 텐트보다 훨씬 쾌적하다. 비바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예배나 미사를 조건으로 재워주셨다. 이 참에 안전한 여행을 위한 기도를 청하는 것도 괜찮다.


2. 대학교 도미토리

빈 도미토리 시설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주는 경우가 있다. 국내보다는 유럽 배낭여행에서 자주 이용한 방법이다. 국제학생증을 담보로 재워주었다. 침대가 제공되어서 좋았다. 식당이 딸린 곳은 가성비 좋은 식사를 할 수도 있다.


3. 태권도 도장

유럽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태권도 도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묵은 적이 있다. 일반 숙소의 1/3 가격만 지불했다. 바닥이 푹신해서 맨바닥보다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관장님이 가끔 한국인 여행객을 재워주시는지 얇은 담요도 제공해 주었다.


4. 고급 모텔

평일 저녁 고급 모텔은 의외로 공실이 많다. 특히 지방 외곽지 같은 경우는 그렇다. 대부분 러브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숙박하지 않고 짧게 머물고 떠난다.


"여행 중인 가난한 학생인데 좀 싸게 안될까요?"


용기를 내서 이야기 하자 주인아저씨가 대실 가격으로 숙박시켜주었다. 어쩌면 정말 거지꼴을 하고 가서 측은한 마음에 재워주셨는지도 모른다. 여행 중에 갔던 숙소 중 가장 훌륭한 곳이었다.


5. 찜질방

편안하게 목욕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잠을 설치기 때문에 장기간 여행에는 독이 된다. 게다가 해외나 시골에는 찜질방이 없다.


6. 노숙

정말 이것만큼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잠을 설치게 되면 남은 일정에 무리가 된다. 잠은 편히 자는 것이 좋다.


* 식사 *

대학교, 도서관, 관공서의 구내식당, 기사식당 등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영양가 있는 식사가 가능하다. 컵라면, 삼각김밥 같은 음식 먹고 하루 종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영양실조로 쓰러진다.




혹시 여행 중인 지역에 지인이 있다면 도움을 청해 보는 것도 괜찮다. 지금은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지만 당시에는 식사나 잠자리를 신세 진 적이 있다.  


현재는 에어비앤비도 있고,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졌지만 2000년 초반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스마트폰도 없었고, 디카도 드물었다.  


블로그나 SNS도 활성화되기 전이라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정말 지도 한 장에 도로 표지판에 의지한 채 땀 흘리며 자전거 페달을 굴렸다. 버스비 아끼겠다고 2~3시간 한없이 걸었다. 이제는 여행하기 더 편하고, 정보를 얻기 쉽지만 고생하던 그때가 그립다.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 시절만의 특권이다.

550km를 함께한 자전거


* 스펙쌓기와 취업준비로 힘들지만, 가능하면 20대에 여행도 많이 다니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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