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도 직원 20%가 80%의 일을 한다
사실 오늘 회사에서 마음 상한 일이 있었다.
관리하는 조직의 업무를 분장할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일을 적게 하려고 했다. 자로 잰 듯이 업무를 나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시간, 거리의 제약이 많은 업무였기 때문이다. 반드시 누군가가 덜하고, 누군가는 더 해야 했다. 큰 틀을 짜되 나머지는 직원들이 스스로 업무 분장을 하게 했다.
한쪽에서 언성이 높아졌다. 소단위 팀끼리 업무분장 과정에서 업무를 미루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시간이나 업무강도가 공평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유독 한 팀만이 불만을 제기했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 업무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어렵다. 무조건 그래서도 안된다. 자신들의 업무를 넘기면 다른 팀은 업무가 많아진다. 세 팀의 업무 비중이 현재 35 : 35 : 30인 상황이다. 35인 한 팀이 업무의 8 정도의 업무를 30인 팀에 넘기려는 것이다. 그럼 27 : 35 : 38이 되는데..
갑자기 화가 치밀어올랐다. 불만을 제기했던 팀은 평소에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약한 직원들의 합이다. 다른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었다. 이번에 업무가 비슷해지자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정말 업무분장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데이터량과 분 단위 소요시간으로 이번 업무량과 강도를 순위로 매겨서 공개할까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에 직원들을 서로 비교하지 않는다.
개인별 역량이 다를뿐더러 은연중에 알고 있던 서로의 업무량을 공개하는 순간 감정 상할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잘하는 사람은 피해의식을 느끼고, 못하는 사람은 압박감을 느낀다. 팀 성적만 공개하고 개인 성적은 개인별로 면담할 때만 활용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스스로가 얼마나 일을 하는지, 잘하고 못하는지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어쩌면 그래서 불만을 터트렸을지도 모른다. 사실 난 좋은 방법으로 직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첫째는 내 감정을 표출시켰기 때문이다.
둘째는 모두가 납득하도록 업무를 이해시키지 못했다.
부끄럽게도 직책으로 눌러버린 꼴이 되었다. 업무 안 하려는 직원만큼이나 꼴사나운 관리자가 되었다.
씁쓸한 기분을 뒤로하고 관리자 회의에 참석했다.
관리자들도 업무분장이 필요했다. 이게 웬걸? 너무 속이 보이게 어려운 업무를 안 하려고 빼는 모습이 직원들이랑 별반 다를 바 없다. 실망스러웠다. 사실 나는 그 업무의 메인이 아닌 지원 형식의 서브 인력이었다. 잘 모르지만 안 하려고 핑계 대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제가 하겠습니다. 다들 안 하려고 하시니깐 참 그렇습니다."
그냥 내가 하겠다고 했다. 막상 업무를 시작하자 알지도 못하는 업무량이 방대했다. 반도 못했을 때 쉬운 업무를 마친 관리자 몇 명이 전화통화를 하며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도와줄 마음이 없었다.
"다 끝냈으면 이리 와서 거들어주세요"
마지못해서 어영부영 들어와서 업무를 도왔다.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다. 다 끝내고 나니 다리가 풀렸다. 몸도 힘들었지만 실망스러운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직원이나 관리자나 어려운 것 미루는 모습이 어찌 이리 똑같을까? 일 적게 하려는 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해진 일을 자신이 적게 하면 누군가는 많이 해야 하는 것은 알 텐데..
남이야 힘들든, 쓰러지든 내 알바가 아니고, 난 편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참 못났다.
※ 회사에서도 파레토의 법칙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직원의 20%가 80%의 일을 합니다. 나머지 80%의 직원들은 20%의 일을 나누고 미루느라 에너지를 허비합니다.
"그냥 20%도 이리 가지고 와요"
하고 해주는 것도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호이(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권리)'인 줄 안다고 하는데.. 이제 둘리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