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절이 불편할 수도 있다.
어른들은 왜 과한 친절을 베풀까?
딸과 편의점에 갔다. 딸은 뭘 먹을지 고민했다. 60대쯤 보이는 할머니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할머니 특유의 친절을 베풀었다.
"과자 사러 왔어? OO 맛있어. OOO는 몸에 안 좋아."
꽤나 길게 말을 붙이면서 딸에게 과자를 쥐어주셨다. 딸은 부담스러웠는지 과자를 놓고 내 뒤로 숨어버렸다. 그리고 내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빠 우리 나가자. 딴 데 가자"
나만 부담스러움을 느낀 게 아니구나. 분명 저 할머니는 친절은 베풀었지만 받는 사람은 불편함을 느꼈다. 저 할머니의 경우만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지만 연배가 있으신 분들은 적극적으로 친절을 베풀려는 마음이 있다.
예를 들어서 식사시간에
"이거 먹어봐. 맛있어"
라며 음식 권하고, 숟가락 위에 얹어주기도 하신다. 애정과 사랑의 표현이란 걸 안다. 알지만 불편할 때도 있다. 예를들면 먹기 싫은 음식을 계속 건낼때.내색하면 서운할까 봐 억지로 웃으며 받아먹을 때가 많다.
50대 이상 어른들은 적극적인 친절을 주고받는데 익숙하다. 간혹 부모님이 모르는 젊은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할 때 말리곤 한다.
"젊은 사람들은 싫어해요. 도움 안 주셔도 돼요"
"아니, 나는 알려주려고 그랬지"
"도움을 청한 게 아니잖아요"
"딱 봐도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
뭐가 옳은 건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도 위험에 처했거나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쉽게 나서지 않는다.
젊은 사람도 친절하다.
50대 이상 어른들이 "정이 없다"라고 말하는 10~30대도 요청하는 도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나도 길을 물을 때 10~30대에게 도움을 청하면 친절하게 잘 알려주었다. 다만 젊은 세대는 요청하지 않는데 선뜻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게 오지랖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니면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성세대와 생각이 좀 다르다.
얼마 전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는 방송을 봤다. 코미디언 유병재가 옷을 사러 가게에 들어갔다. 매니저가 마음에 드는 옷을 사지 않고 나온 이유를 물었더니
"점원이 너무 친절해서 옷을 사지 않았다"
라는 답을 했다. 도움을 주려는 직원이 낯을 가리는 유병재에게는 부담이었던 것이다. 가만히 혼자 두었으면 마음에 드는 옷을 살 수도 있었는데 추천하고 말을 붙이는 직원의 친절이 역효과를 낸 것이다.
매장에서도 고객에게 맞춤 응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원이 붙어서 설명해주고, 추천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고객(대부분 50대 이상)이 있을 것이고, 자유롭게 구경하도록 두고 요청할 때만 도움주기를 바라는 고객(통상 10~30대) 고객도 있다. 연령과 상관없이 성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그랬다.
어떤 행동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느낀 바를 세 가지로 정리해본다.
첫째, 도움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친절을 베풀었다고 뿌듯해도 상대방이 불편하면 잘못된 것이다.
둘째, 도움주기에 앞서 먼저 질문하자. "뭐 필요한 거 있어?" , "도와줄까?"
셋째, 요청하지 않은 친절을 베푸는 사람은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다. 평소에 대화를 통해서 좋은 방향으로 친절을 베풀 수 있도록 자주 알려주자.
※ 어른들께는 서운하지 않도록 잘 돌려서 말하는게 좋아요
※ 이미지 출처 : 위키트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