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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Apr 12. 2018

좋은 보고서를 쓰고 싶다면

계속 배우는 중입니다.

좋은 보고서란 무엇일까?

직장에서 보고서를 많이 쓴다. 3년 전만 해도 나는 보고서를 거의 쓰지 않았다. 선배들의 몫이라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보고서 작성이 두려워서 피했기 때문이다. 재작년 본사에서 근무하던 상사가 우리 부서장으로 부임받아서 내려왔다. 그때 나는 처음 보고서 작성 지시를 받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작성한 보고서를 상사에게 내밀었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심각하네. 수준이 너무 떨어져"


다행히 좋은 상사를 만난 덕분에 1년간 1부터 10까지 꼼꼼하게 코칭을 받았다. 나는 스펀지 흡수하듯 하나씩 배워나갔다. 그때 야근을 많이 했고, 보고서 수정도 많이 했다. 당시 폴더를 보면 한 가지 보고서가 제목 뒤에 초안, 수정, 수정 2, 수정 3, 최종, 최종 1, last, 보고..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엄청나게 많은 수정본이 나왔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지는 못해도 하나를 알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1년을 트레이닝받으면서 점점 수정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조금 더 배웠으면 좋으련만 1년 후 상사는 본사로 발령받아서 떠나버렸다.


떠나면서 송별회 자리에서 해주신 말씀이 아직 기억난다.


"정말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본사 애들에 비하면 부족하다. 계속 배워라"




다음 부서장으로 온 상사는 꼼꼼하기로 유명한 상사였다. 1년간 하드 트레이닝 덕분인지, 간단한 수정을 거쳐서 보고서는 통과되었다. 다만 너무 꼼꼼해서 한, 두 번 실수를 하면 더는 일을 맡기지 않았다. 기존에 선배들과 나눠서 하던 보고서 업무를 나에게 집중시켰다.


부서의 모든 보고서는 내가 작성하거나 취합 및 검토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작성할 기회가 많으니 실력도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회사 보고서라는 것이 기존에 했던 것을 발전시키거나 참고하면 더 작성하기 쉬운 법이다.


나중에는 본사에서 특정 보고서를 작성해달라고 요청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저 내 직급이나 직책에서 적당한 수준일 뿐이다. 사장단이나 회장님 보고자료를 가끔 받아서 읽어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아직 수련 중이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좋은 보고서를 쓰는 요령을 정리해둔다.


1. 읽는 사람 취향 저격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서를 받아보는 사람의 취향이다.

1) 사진 좋아하는 상사

2) 표나 데이터 좋아하는 상사

3) 그래프 좋아하는 상사

4) 상세한 설명 좋아하는 상사

5) 심플한 것 좋아하는 상사


모두 모두 취향이 다르다. 내 입장에서 잘 쓰고 고생하더라도 상사의 취향을 간파하지 못하면 좋지 않은 보고서로 전락한다. 처음 피드백을 받을 때 잘 기억해뒀다가 다음번에는 같은 피드백을 받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참고로 처음 보고서 작성을 가르쳐 주신 상사는 심플한 보고서를 좋아하셨다. 1년간 길들여졌다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과 모든 백데이터를 첨부해야 하는 수십 장 짜리 보고서를 선호하는 상사와 일하며 처음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제는 절충안을 찾아서 선방하고 있다.


2. 쉬운 보고서가 최고

대개 보고서는 현장에서 실무자가 본사의 관리자에게 보내는 것이 많다. 특히 임원급 이상이 읽는 보고서는 어려우면 박살 난다. 초등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워야 한다. 그리고 글자가 커야 한다. 보고서를 읽거나 프레젠테이션을 띄울 때 글자가 안보이거나 복잡하면 보기 싫어진다. 혹시 전문용어를 사용할 때는 '※'를 활용해서 부연설명을 적어놓으면 흡족해할 것이다.


3. 구성을 지키자

보고서도 육하원칙이 필요하다

누가(대상)
언제(기간)
어디서(장소)
무엇을(제품이나 활동)
어떻게(방법)
왜(이유)
    +
제안사항


간단하게 작성할 때도 (현상 - 문제점 - 개선방안) 3가지는 들어가야 한다.


4. 논리적이어야 한다

'어떤 제품이나 활동이 좋다'라고 가정한다면 그에 따른 객관적인 데이터(POS판매량이나 활동 전후 실적 비교 등)가 필요하다. 게다가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도 논리를 뒷받침하게 만든다.


A, B 제품 중에 A가 좋다는 결론을 이끌기 위해서는 A의 판매량이 높은 데이터, A 구매를 많이 하는 사진, A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설문 결과나 인터넷 반응 등이 필요하다.  결국은 보고서도 상대방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 POS(point of sales) : 상품이 팔린 시점에 해당 상품에 대한 정보를 즉시 기록하는 시스템으로 판매정보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 출처 : 다음 백과사전 -                   




5. 결론과 방향을 미리 파악하자

예전에는 본사에서 매월 양질의 보고서를 제출하는 사람에게 평가에서 가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처음에는 가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가점은 내 차지가 되었다. 보고서를 잘 써서가 아니다. 비결은월초가 되면 본사로 전화를 걸어서 질문한 덕분이다.


"필요한 보고서가 뭐예요?"

"결론을 어떻게 잡아야 하죠?"

"꼭 들어가거나 제외해야 할 내용이 있을까요?"


이 세 가지를 질문을 통해서 어떤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 그때부터는 일사천리다. 남들이 무작정 열심히 보고서를 쓸 때 나는 필요한 것을 짚어낸 보고서를 써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보고서에 가점을 주는 제도는 사라졌으나, 보고서를 잘 쓴다는 이미지를 얻게 된 것으로 만족한다.


  


사실 나는 PPT나 엑셀 다루는 실력이 미흡한 편이다. 보고서는 투박하고, 단축키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시간도 오래 걸린다. PPT 잘 만드는 후배에게 예쁘게 꾸미고 다듬는 기술을 배워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그 후배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예쁘게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만들게 되었다. 아직 보고서를 쓸 기회는 많고, 배우고 익혀야 할 시간도 많다. 나는 계속 배우고 익히면서 실력을 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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