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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May 25. 2018

30대 기혼남녀의 대화

부부관계가 나빠지는 3가지 사유

최근 몇 주간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멀리 지방까지 찾아준 친구들도 있었고, 몇 년간 회비만 내고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은 나를 위해 가족 전체 비행기 값을 보내준 친구들도 있었다.


지방 출신이지만 10년 넘게 수도권에서 학교, 직장생활을 했더니 대부분 친구들이 수도권에 있다. 게다가 친한 고향 친구들도 학업이나 직장문제로 대부분 수도권에 살다 보니 가족 말고는 함께할 사람이 별로 없다.


결혼 전에는 새로운 모임에도 나가곤 했지만, 결혼 후 몇 년간 회사와 집만 오가다 보니 친구는 옛날 추억 속의 아득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제 딸아이도 제법 자랐고, 주변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기자 친구가 더 간절해졌다.(사실은 딸과 비슷한 또래의 자녀가 있는 친구들이 좋다)


30대 기혼 남녀의 대화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인정받는 친구, 직장생활을 접고 개인사업을 키워가는 친구를 만났다.


대화 주제는 크게 2가지 직장과 가정 이야기였다.


1. 직장 이야기

친구들은 성공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한 친구는 고위 임원까지 승진이 목표. 다른 친구는 사업을 통한 많은 부를 쌓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열심히 일하고 현재 직장에서 인정받고 평판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해서 힘들다고 했다. 마치 몇 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열심히 일을 하되 꼭 성공에 목메지 않겠다고 했다. 가족을 먼저 챙기겠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에 퇴직한 임원의 이야기를 해줬다.

30여 년간 자신과 가정도 없이 죽어라 일해서 임원이 되었다. 부와 명예를 얻고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몇 년 후 퇴직하고 집으로 돌아가 보니 이미 자신은 가족이 아니었다. 가족이 필요로 할  때 없었고, 가족과 함께한 추억도 없었다.

스스로는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고 믿었지만, 가족들이 필요한 남편, 아빠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돈 벌어다 주는 역할만 잘했을 뿐이었다. 퇴직하고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자신을 불편해했고 차갑게 대했다. 인생이 허탈하다고 했다. 이제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너희는 나처럼 살지마."
라고 말하며 소주잔을 들이켜는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였다.


친구들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다고 했다. 성공만 바라보느라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고 했다. 직장에서 성공과 돈을 많이 벌어주는 것이 자신의 역할인 줄 알았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역할은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렇지만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배울 수도 없다. 그저 자신이 깨닫는 수밖에 없다. 친구들은 생각지도 못하던 것을 말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도 살면서 고민하고 와이프와 많은 대화를 통해서 깨달았다. 수많은 가치관 중에서 나는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택했다. 가족!


2. 가정 이야기

주말 가족 모임에서 6쌍의 부부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결혼하고 신혼 이후부터 부부관계가 점점 나빠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유를 뽑아보았다.


1) 시댁과의 갈등

2) 가사/육아문제

3) 부부간의 예의


참고로 위에 만난 나의 벗들은 나름 좋은 직장, 반듯한 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친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신혼초부터 아내와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많이 개선해나간 편이다. 그래서 다른 부부들도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문제를 외면하거나 해결하지 않고 포기하는 부부가 많았다.  




1) 시댁과의 갈등

이 문제는 사실 남편과 아내가 해결하기보다는 부모님들의 생각과 태도가 중요하다. 관례를 고수하려는 부모님과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려는 부부와의 갈등. 남자의 중간 역할이 중요하지만, 사실 나도 역할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은 쉬우나 가족 간의 다툼을 막는 것(서로 win-win 해야 하는데)은 어렵다.


"난 우리 부모님 말을 잘 듣는 효자야"

"전 제 아내가 더 소중합니다"


위와 같이 한쪽 편에 섰다가는 평화는 없다. 갈등을 더욱 키우는 꼴이 된다. 균형이 중요하다. 관례를 따르기를 바라는 부모님과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지'를 남발하는 직장상사가 오버랩되는 것은 기분 탓일까?

 

2) 가사/육아문제

맞벌이든 외벌이든 상관없다. 남자들은 가사/육아가 여자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도와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그냥 같이 해야 하는 거다. 내 일이라 생각하고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랬다.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자랄 때 그렇게 알려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책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살면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다가 알게 되었을 뿐이다. 직장생활과 가사/육아를 둘 다 해보니 더럽고 힘들어도 직장생활 난이도가 더 쉽다. 일단 퇴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급여, 승진, 인정 같은 동기부여도 있다. 하지만 가사/육아는 잘하면 당연, 못하면 욕을 먹는다. 게다가 24시간 365일 쉴틈이 없다. 그래서 전업주부인 엄마들이 더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결혼 전에 조카나 친구 아기들 보면 저절로 자라는 줄 알지만, 실제로 낳아서 길러보면 안다.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그런데 그 힘든 것을 아내에게 떡 맡겨놓고, 친구 만나고, 술 마시고, 취미 생활하는 또래 남자들을 보면 인간 같이 안 보일 때가 많다. 잘하든 못하든 같이 해야 하는 거다. 물론 직업이나 직장에 따라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를 제외한 고의적 독박 육아는 자제하자.


3) 부부간의 예의

결혼 전 연애할 때는 그렇게 왕자, 공주 대하듯이 하다가 신혼 지나고 볼 것 못 볼 것 보고 나면 만만해진다. 다투기도 하고, 단점도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온다. 애정은 사라지고 그저 '원수 덩어리'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그러지 말아야 한다. 나를 보고, 믿고, 운명을 건 사람이다. 함부로 대하지 말고 항상 존중하고 사랑하자.


존중하자는 의미로 아내와 서로 존댓말을 써보려 했으나 너무 어색해서 관두었다. 대신에 '야' , '너' 같은 말은 쓰지 않기로 했다. 칭찬은 하되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좋은 것은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다. 그러면 얄미울 때가 있다가도 마음이 많이 풀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나를 안 만났으면 아주 호강하고 대접받고 지냈을 사람이다. 그런데도 고맙게도 나에게 와준 것이다'

서로 간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대화를 통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친구들의 생각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다. 옳다고 할 수도 없다.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친구들과 대화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먼저 살았던 선배들과 또래들의 의견도 궁금하다. 서로의 생각들이 모이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의견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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