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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밍아빠 Nov 06. 2017

결혼생활 5년 만에 첫 외박

인연에 대한 고마움

외박의 당위성

내가 다니는 회사는 월초에 한 번씩 서울 본사 회의가 있다. 덕분에 가끔씩 서울 바람을 쐴 수 있어서 좋다.


보통은 화~목요일 중에 열리지만, 이번에는 금요일에 잡혔다. 공교롭게도 토요일 참석할 결혼식이 2개


이틀간 서울-부산 2회 왕복하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 모두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아내와 의논해서 외박을 허락받았다.


결혼생활 5년 만에 첫 외박

물론 회사 교육이나 연수 등으로 집을 비운 적은 있지만, 개인 사유로 집을 비운 것은 처음이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공동으로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한 명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남은 한 명이 거의 실신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알기에 선뜻 꺼내기 힘든 카드였다.


하지만 항공편 기준으로 왕복 4시간 시간 소요, 13만 원 상당의 비용을 감안한다면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더군다나 5살이 된 딸아이를 어느 정도 전담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아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승낙하였다.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학시절 항상 친구들과 붙어 다녔고, 새로운 인연과 만남을 찾아다녔다. 주말에 약속을 몇 개씩 잡아서 끼니를 두 번씩 먹기도 했다.


나의 인간관계는 얕고 넓었다.

그 와중에 평생 함께 가야겠다는 사람들은 모임에서 한, 두 명씩 꼭 챙겼다. 대부분 생각이 잘 맞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인간관계가 좁아지기 시작한 것은 8년여 수도권 생활을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가면서였다. 지방 출신이었지만 대학, 군대, 종교, 직장, 기타 모임의 인맥들은 90% 이상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심지어 초중고 시절 친한 친구들도 대부분 수도권 쪽에서 생활하고 있다.  


부산생활

부산으로 이직을 하고 정말 외로웠다. 수도권에서는 권역별로 만날 사람이 있었고, 주제별로, 혹은 기분에 따라서 만날 상대가 있었다. 신촌 가면 OO, 강남 가면 ㅁㅁ, 우울할 때 XX, 고민이 있을 때△△..


부산에는 어색하고, 어려운 직장동료들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주말마다 서울로 향했다.


그마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뜸해졌고, 수도권에 있는 친구들은 경조사가 있을 때나 일 년에 한두 번 만날 수 있었다. 현재도 일 년에 친구를 만나는 횟수는 한 손에 꼽힌다. 집-회사-집-회사 무한반복 중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

그런 내가 5년 만에 다시 서울에 홀로 남겨진 것이다. 마침 회사 업무가 일찍 끝났다. 지인들에게 카톡 폭격을 날렸다. 보고 싶은 사람 다 만나고 말겠다는 각오로 약속을 잡았다. 2시 을지로입구, 3시 반 명동, 4시 반 건대입구, 5시 삼성역, 6시 역삼, 8시 죽전..


당일날 불쑥 찾아온 나를 바쁜 업무시간에 기꺼이 맞아준 벗들이 너무 고마웠다. 어찌 보면 민폐 일지 모른다. 그렇게라도 몇 년간 못 본 소중한 인연들을 보고 싶었다. 30분, 1시간, 2시간 각자의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회사로 찾아가서 만났다.


다행히 내가 보험이나 영업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그랬다면 거절당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저 그들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 시절에
친구가 좋았다.

대화하는 것이 좋고,
눈을 맞추는 것이 좋았다

함께 있는 것이 좋았고,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좋았다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좋았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서 좋았다.

관심 가져주는 것이 좋았고,
관심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믿을 수 있어서 좋았고,
믿어줘서 좋았다.

잊지 않아서 좋았고,
잊히지 않아서 좋았다.

그대로여서 좋았고,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헤어지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짧은 만남 하나하나가 얼마나 감동이었고, 가슴이 벅찼는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고맙다 친구야"


그들에게 느꼈던 기분 좋은 자극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나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한때 같은 길을 걷던 친구들이지만 지금은 다른 일을 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과의 대화는 내 좁은 생각을 깨트려준다.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그들의 성공적인 삶에서 자극을 받는다.


"더 분발해야겠다. 나도 저런 것을 한번 해봐야겠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나는 일단 부정적이거나 시기 질투가 많은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다. 경험상 그런 사람들은 가까이하면 나쁜 영향을 미친다.


나와 친한 친구들은 건설적이고, 긍정적이고, 발전하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 각자의 일에 대한 이야기, 트렌드나 투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상당히 즐겁다. 친구들과 대화에서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우리 잘하고 있어. 각자의 위치에서 정상에 올라서 만나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자!


주변 사람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스스로 발전하지 않고, 자꾸 주변 사람을 끌어내려서 자신과 동등하게 만드려고 에너지를 소모한다.


하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이 잘되는 것이 좋고,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 사람들에게 배우고, 자극받고 함께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 일인지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잘되기를 응원한다.



인연에 대한 생각

결혼식장에서 많은 인연들을 다시 만났다. 끊어지려 하던 얇은 줄들을 다시 봉합한 기분이다. 예전에는 인연이 끊어질까 봐 속상하고, 두려워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인맥들을 잃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덤덤하다. 끊어질 인연들은 애를 써도 끊어진다. 하지만 끝까지 갈 인연들은 수년이 지나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자연스럽다. 서로의 마음 속에 잘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잠시 떨어져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는 함께 인생을 걸어갈 것이다.



※ 요즘 아내와 '고백 부부'라는 드라마를 즐겨봅니다. 가족과 떨어져 친구들과 지내던 1박 2일이 대학시절로 돌아간 착각이 들더군요.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의 삶을 반복하고 싶을 만큼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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