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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모임 속으로

자모회 활동을 하게 된 아빠

by 슈밍아빠
강산도 변하고 나도 변했다


20대 초반 나는 연애잼병이었다. 그때는 여자들과 대화하는게 두렵고 불편했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 온 다른 모습, 다른 생각을 하는 생명체와 같이 있는 것이 힘들었다. '연애 하고 싶다'는 마음은 한구석에 있었지만 방법도 모르겠고, 자신도 없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대부분 시간을 여자들과 보내고 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여자들(10대 미만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함께)과 생활한다. 그러다보니 이제 왠만한 남자보다는 여자에 대해 익숙해졌다.


청일점 괜찮을까?


남자들 모임에 여자 한명이 들어가면 이쁨과 관심을 받는다. 그런데 여자들 모임에 남자 한명이 들어가면 버텨내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전 직장에서도 여자들 모임에서 식사하고, 차를 마시거나, 쇼핑을 할 때도 나는 자연스레 끼어서 다녔다. 생각해보면 최대한 여자에 가깝게 행동하고 생각하려고 한 노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수다를 떨 때 지루해하지 않고, 끄덕끄덕 리액션을 잘하고, 말을 하기보다는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여자들이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속에서 아내를 만나서 결혼까지 했다.


여자 모임속으로 자모회 활동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작년부터 딸아이를 데리고 열심히 성당에 나갔다. 성당에서 하는 미사를 딸아이가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 어린이 미사를 찾아갔다. 확실히 비슷한 또래가 많아서인지 금방 친구들과 친해지고, 성당 나가는 것을 즐거워했다.


어린이 미사가 끝나고 나면 '자모회'라는 어머니 모임에서 간식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관련된 성당 활동을 지원한다. 처음에는 인사만 하다가 '자모회' 어머니들과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딸 아이가 성당다니고, 신앙 생활을 하기에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뭐 도와드릴 것 없을까요?"


어머니들이 모여있는 성당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버님은 뭐 하실 것 없는데요"

"제가 음식은 못해도 설겆이라도 하고, 뭐라도 도움을 드리려고요"

"이제 자모회 이름을 자모/자부회로 바꿔야겠네"


자모회 회장님이 웃으며 농담을 했다.


"자모회라고 꼭 엄마들만 하라는 법은 없죠? 아빠도 같이 아이들 챙겨주고 도움 줄 수 있으면 되잖아요"




그렇게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자모회 활동을 하게 되었다. 신앙 안에서 봉사할 수 있다면 아버지면 어떻고 어머니면 어떠랴? 자모회든 자부회든 이름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남을 위해 나눔과 봉사할 수 있는 제 자신과 딸아이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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