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rning in Jangcheokho Wetlands)
드넓은 허공에 안개 가득하고, 지척이 보이지 않아 길찾아 들어가기 힘든 호수변湖水邊,
그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로하여, 큰 소리를 내며 날아오르는 수많은 철새무리들의 비상飛翔하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나는 정적靜寂 속으로 들어가려는 침입자가 되고, 철새들의 평화를 깨어버린 순간, 다시 주변에 고요가 찾아옵니다.
수면에 조용히 뜨있는 마름과 갈풀, 곳곳에 갈색으로 남아있는 연줄기, 호수변에 벼려진 말밤과 올삐, 갈대군락, 어쩌다 한두 마리씩 가까이 다가오는 오리들, 모두가 고요 속에 머물고 있는 ‘장척호의 고요한 아침’입니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평화로움을 느낍니다.
안개 가득하여 분간하기 힘든 주변의 분위기에서 고요가 평화로, 평화가 다시 고요로 이어집니다.
오리무중五里霧中,
드문드문 나누는 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행복하게 살아…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란,
행복으로 시작해서 아픔과 아쉬움으로 이어져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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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들의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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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 작은 형이 집으로 찾아와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둘이서 좋아하는 낙지곱창전골을 먹으며 내일 특별한 일 없으면 같이 낚시를 가자고 합니다. 여기저기 장소를 이야기 하다 경남 창녕의 장척호로 결정합니다.
올 4월에 결혼한 질녀姪女가 임신 3개월이 되었고, 붕어곰탕을 해주고 싶지만, 시중에 파는 붕어가 어떤 곳에서 살았는지 오염되지 않은 것들인지 출처를 모르니, 작은 형이 직접 깨끗한 곳에서 잡아 사랑스런 딸에게 해먹이고 싶어하는 부정父情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6. 11. 5.(토) 컴컴한 새벽, 작은 형이 차를 몰고와 함께 늪지인 장척호로 향합니다. 부산에서 출발하면서부터 고속도로변이 농무濃霧로 가득하고 시계 50m 정도여서 빨리 달릴 수가 없습니다.
네비게이터Navigator에 의존하여 장척호를 찾아갔고 농무濃霧로 가득한 이곳에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호수변을 찾아 들어가니 많은 철새무리들이 지척咫尺에서 큰 소리를 내며 날아 오르고, 모습은 보이질 않지만 날개짓과 울음소리는 아주 크게 들려 옵니다.
작은 형은 붕어낚시, 나는 배스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안개가 걷히지 않으니 괜찮은 스팟Spot으로 이동하고 싶어도 지척이 보이질 않아 장척호를 포기하고, 다시 이동하여 가까운 저수지를 두어 곳 찾아 다니며 형제간의 즐거움을 나누다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형에게 말합니다. 내가 부산을 내려온지 6년이나 되었는데 그 유명하다는 김해의 원조뒷고기를 못먹어 봤다고 하니, 형이 김해시내로 안내합니다. 그런데 모든 뒷고기전문점들이 오후시간에는 문이 닫혀있고 저녁시간부터 새벽시간에만 영업을 합니다. 다음에 먹어보자 하고 부산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헤어집니다.
그런 작은 형과의 즐거운 하루, 그날 아침 장척호에서 느낀 강력했던 고요와 정적의 느낌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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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虛無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세상의 진리나 인생 따위가 공허하고 무의미함을 이르는 말.
② 아무 것도 없이 텅 빔.
③ 노자老子의 학설에서, 형상이 없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우주의 본체.
(허무개그 #1)
2016. 10. 30.(일) 고교동기 부산지부 산악회에서 정기산행으로 경주 남산을 향합니다. 나는 육산陸山을 좋아하지 않지만 내 평생 처음 가보는 산이라 함께 했습니다.
남산의 굵직한 소나무숲은 세월의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 왔습니다.
산을 오르며 동기들과 후배들의 모습을 몇 장 담으며 금오봉 정상에 올라 동문전체 단체사진과 기수별 단체사진을 담아주고 나도 함께한 모습을 친구가 담아주기도 하며, 후배들에게 ‘사진은 모두 동문밴드에 올려 놓을테니 찾아가’라고 말까지 했습니다.
즐겁게 내려와 가오리무침과 오리백숙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밤시간에 부산에 도착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살피려니 ‘메모리없음’이란 메시지가 뜹니다. 아니 이게 뭐야? 카메라에 메모리가 없는 채로 하루종일 사진을 담았던 것입니다.
지난 주말 사진작업을 위해 카메라에서 저장장치Memory를 빼내어 컴퓨터 USB에 연결하여 사진작업을 하고는 습관적으로 메모리를 그대로 남겨둔 채, 카메라만 들고 나온 것입니다.
2년 전, 고교동문들과 소백산을 갔을 때도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등가방마다 모두 예비용 메모리를 하나씩 일일이 넣어뒀지만, 카메라에 메모리가 들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셔트만 눌러댔으니, 예비용 메모리가 등가방에 들어있어 본들 모두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전형적인 ‘O’형의 들렁대는 모습입니다. 셔트 누르는 일에만 몰두하는 덜렁이, 참 실속없는 체질입니다.
허 ~ 참…
남겨진 것이 없을 때, ‘허무’하다고 말해야겠지요. ㅎㅎㅎ
(허무개그 #2)
2016. 11. 6.(일) 영남알프스를 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등가방을 메고 길을 나섭니다. 오늘은 24~5Km 먼 산행길이지만 당일산행으로 완료하려고, 작천정 등억알프스에서 출발하여 가지산 중봉을 거쳐 석남사입구까지 가려고 마음을 먹고 새벽같이 집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강하고 하늘에 어두운 먹구름이 섞인 하늘에서, 일기예보에서도, 비가 오진 않을 것으로 판단 되었습니다.
전철을 타고 35분 달려 목적지로 갈 버스를 갈아 탈 명륜역에 내리니 하늘이 먹구름으로 덮혀 캄캄하고 강풍이 불며 부슬비가 바람에 흩날립니다. 등가방을 열어 확인해 보니, 비상용 비옷도, 고어텍스 상의도 없습니다. 무거운 카메라 때문에 카메라전용 독일브랜드 마인드쉬프트Mindshift 등가방으로 바꿔 오면서 비상용 비옷과 고어텍스 상의를 챙겨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비를 맞으며,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영남알프스를 올랐다가 어떤 비상사태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판단에 너무나 아쉽지만 다음에 가기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바람은 여전히 강하게 불었지만, 비는 오지 않고 하늘은 파란색으로 변해 있습니다.
참, 날씨, 정말, 지랄같다…
삶이 참 ‘허무’하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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