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둘레길에서...

(On the ACAP Circuit Trail...)

by Hoo









안나푸르나 둘레길에서…





돌아보니 나는 늘 높고 먼 산을 동경했습니다. 히말라야에 가을 꽃들이 만발할 즈음 나는 설산의 먼 발치를 걸으며 고소에서 된 호흡을 추스리는 내 모습을 꿈 속에서도 보곤 했습니다.



바깥에선 찬바람 윙윙거리는 고소高所의 냉기 가득한 숙소에서 내 앞으로 떨어질 듯 무수히 반짝이는 히말라야의 낮고 푸른 별들을 바라보며, 스스로 히말라야의 푸른 별이 되기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내 가슴에 그리운 것들은 멀고도 높은 데, 나의 실존은 여전히 가깝고도 낮으며, 내 존재에 대한 근원을 알 수 없는 본질을 찾는다며 끝없이 헤매는 그런 허공 속에 머물며 아파하는 내 삶이 바로 나의 문제이자, 당신의 문제이고, 또한 오늘날 우리 중년들 삶의 논제論題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내 자신을 찾아 내 안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스스로의 어떤 외침일지도, 아님 낮고 가깝게 걸려있는 내 금생의 초상화를 찬찬히 들여다 보는 특별한 반성의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히말라야 지역의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되어 트레킹 시즌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꿈틀거리는 내 가슴의 몸부림, 히말라야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면 생병이라도 날 것 같은 그런 그리움,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 처럼 히말라야가 나의 가슴을 그렇게 흔들어 놓습니다.



안나푸르나지역 푼힐(3,200m)과 베이스캠프(4,310m), 쿰부히말지역 에베레스트베이스캠프(5,364m)와 칼라파타르(5,545m)를 갈 때 편하게 트레킹 전문여행사를 통해 여행사에서 챙겨주는 편안한 만큼 모르는 트레커들과 짜여진 일정에 무조건 따라 다녀야만 하는 부자유스러움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삼 년여 기다림 끝에 다녀온 곳은 해발 6~8천 m급 안나푸르나 고봉高峯들이 몰려있는 외곽순환길인 안나푸르나 둘레길(Annapurna Circuit)을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시간에 쫒기지 않고 그 여유로움의 행복을 만끽하려는 내 자율의지와, 트레킹 하는 내내 진정으로 내가 희망했던 가슴의 평화와, 지금 이 순간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확인하고 그 만큼의 아름다움을 가슴 가득 담아 현실로 돌아 왔습니다.



앞으로는 트레킹 전문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계획하여 무조건 떠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얼마나 여유롭고 자유로운 지, 그 진면모를 충분히 느끼고 돌아 왔습니다.



처음 히말라야를 갈 때, 먹고사는 일로 5년이라는 세월을 벼루고 벼루다 어렵게 길을 열게 되었고, 다녀와서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가슴의 뜨거움으로 매 년 히말라야를 찾을 것이라며 철저히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지만, 삶이 언제나 그러하듯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트레킹 시즌만 되면 가슴에선 언제나 일상의 탈출을 꿈꾸며, 히말라야를 가슴 가득 담아둔 채 그렇게 진한 그리움으로 또 내년을 기약하곤 했습니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돌아서면 모든 것이 과거이고 앞을 보며 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인생인데, 그런 진한 그리움을 삭혀가며 인내해야 할 특별한 의미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가다가 쓰러지면 히말라야의 밤 하늘에 가득한 어느 우주의 푸른 별이 되면 될 것이라는 그런 독한 마음으로, 그런 뜨거운 가슴으로, 인내하기 힘들었든 그런 보고픔으로, 그런 애틋했던 그리움으로 떠났습니다.



히말라야가 신과 우주에게로 나아가는 사랑과 믿음의 길을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던 나에게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죽비竹扉로 나를 가열차게 내려치는 듯 합니다.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올해도 11월이 되면 나는 또, 히말라야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트레킹을 마치고 포커라 페와호수의 레이크사이드로 돌아와 여유로운 시간을 향유하며, 사랑콧에 올라 패러글라이딩의 맛을 느껴 보았습니다.



페와호수 주변에서 세상의 모든 여유를 다 가진 사람처럼 휴식을 취한 후, 네팔 남부의 치트완으로 향했습니다.



로열 치트완 국립공원 야생의 정글에서 정글 워킹 Jungle Walking, 버드워칭 Bird Watching, 그리고 카누타기 Canoeing와 코끼리사파리 Elephant Safari를 하며 고소高所에 적응되었던 몸을 다시 저소低所에 어느 정도 순응順應시킨 후 한국으로 돌아왔더니, 예년보다 몸의 회복상태가 훨씬 빠르고 좋았습니다.



보통 트레킹을 마치고 한국으로 바로 돌아오면, 저소低所에 완전 순응順應하는 데 나의 경우 거의 보름이 소요 되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충분히 여행을 통해 휴식을 취한 후 돌아오니, 저소低所에서의 순응順應이 빨라 후유증이 적었고 회복이 더욱 빨랐습니다.



어떤 일이던 모든 것에는 혼돈 속에서도 질서가 있듯이, 그 질서 속에 순서順序가 있고, 그 순서는 곧 질서 속의 순응順應이며, 순응에는 ‘서서히’라는 기다림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소高所를 오를 때도, 다시 저소低所로 내려왔을 때도, 반드시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급하게 오른다고 우리네 인생살이가 급하게 올라가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바로 그 ‘기다림의 여유’가 곧 고소高所에 잘 순응順應할 수 있는 키워드 Key Word일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체크 해보니, 담아온 사진이 무려 8,200장이 넘었습니다. 골라내고 또 골라내고, 사진마다 일일이 사진정보를 입력하노라니 그 작업이 끝날 줄을 몰랐습니다.



엊그제 사진작업을 마치고 작업한 날짜를 세어보니 무려 44일이 걸렸더군요. 참으로 인내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두가 허공에 맴도는 내적 평화를 향한 내 가슴의 허허로운 희망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영원히 히말라야에서 살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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