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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푸 Oct 24. 2020

평일 오후 두 시

투툭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무작정 노트북을 켜고 망설이고 있네.

창밖으로는 따사로운 햇살이 발치를 비추고 있어.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해. 인적이 드문 평일의 오후 두 시.


세 시는 무언갈 하기에 늦어.

한 시는 출발하기에 여유가 부족하지.

그렇게 어중간한 두 시가 따뜻하더라고.





괜히 엔터를 한 번 치고 내려가.

복잡한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데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이렇게 붕 뜬 말들로 복잡한 마음을 잠재우곤 해.


햇살이 내려앉은 내 오른 발등은 따뜻해.

책상 그늘 아래 있는 나의 왼발은 뻣뻣하고 차가워.

드러내면 금세 따뜻해질 수 있는데 나는 내 왼발을 끝까지 숨겨.


차가운 게 좋은 걸까?


나는 평일의 오후 두시 같은 사람이고 싶었어.

무엇을 시작해도 늦지 않은 시간.

다른 사람과 같은 출발이 아닐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시간에 문을 열고 나오고 싶었어.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몇 시를 지나고 있는 걸까.


좋다고 생각한 것들도 의미가 없어지고

오늘의 두시와 내일의 두시의 구분이 사라지고

그렇게 모든 부여가 희미해져

결국 나는 어디에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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