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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야맘 Jan 19. 2024

2. 병원생활에 적응 중

조기수축으로 입원하면 겪게 되는 일


1화 보러가기 ☞ 1. 임신 29주 0일, 갑자기 찾아온 조기 진통 (brunch.co.kr)



 조산, 유산, 사산을 피하려는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은 자궁수축과 태아 안녕상태를 확인하는 NST 검사와 기본적인 산모의 신체상태, 개별 필요에 따른 초음파 검사 및 치료들과 의사 회진 등으로 이루어진 싸이클로 생활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산모들의 집합소이다.



 입원 2일 차에는 새벽 4시, 2차 폐성숙주사 투여로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폐성숙주사는 아직 폐가 성숙되지 못한 태아가 혹시 모를 조산으로 태어날 것을 대비하여 맞는 주사이다.


 새벽 6시 전후 체온, 심박동, 혈압 체크를 하고 NST 검사가 진행되었다.


 이후에는 오전 11시경, 오후 4시경까지 해서 총 3번의 NST 검사가 기본적으로 진행되고, 그 외 주치의 선생님의 회진에 따라 추가적으로 필요한 초음파 검사와 약처방이 이루어졌다.



 입원 3일 차도 자궁수축은 어느 정도 잡힌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 기본적인 검사 사이클로 하루가 흘러갔다.


 내가 입원한 병원의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은 면회도 지정보호자 1명만 가능하며 오후 6시~8시에만 가능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유일한 낙은 필요한 물건들을 이것저것 가지고 오는 남편 면회 시간뿐이었다. 짧은 시간에 신세 한탄도 하고, 남편이 머리도 감겨주고, 뱃속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잘 놀고 있는 새싹이와 태담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화장실 가는 걸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누워있는 눕눕 생활이지만 자궁수축억제때문인지, 걱정과 우울감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 때문인지 잠이 계속 쏟아져서 잠도 많이 잤다. 아무리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거 보면 수축억제제 약이 몸에 안 좋긴 한가보다 싶었다.


 우울감을 달래 보려 책도 읽고, 넷플릭스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시간을 나름 재미있게 잘 보내면서도, 

수시로 떠오르는 걱정과 야속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 참 어려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을 꼼짝없이 병원 신세로 채워야 한다는 사실도 허탈했다. 여름내 더워서 뱃속 아가랑 산책도 잘 못하다가 이제 가을이 오면 이곳저곳 산책 삼아 다니며 함께 보내려고 다짐했던 것이 생각나면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긴건지 분하고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도 가장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아가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가 없을 때였다.

 내가 울지 않을 때는 커튼너머로 다른 산모들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와서, 괜찮다가도 같이 슬퍼지곤 했다.


 나는 희망과 절망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검사들로 하루하루를 채우는 입원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었다.


2023. 09. 23. ~ 24.

*의학적인 내용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어서 3화 보러 가기 ☞ 3. 다시 시작된 자궁수축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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