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3일 차 저녁 6시 50분경, 갑자기 복부 통증이 다시 시작됐다. 간호사실에 콜 했고, 바로 NST 검사가 시작됐다. 시간이 좀 지나니 통증이 잦아들어서3일 차도 무사히 지나갔다.
입원 4일 차 새벽 3시, 통증과 주기적인 자궁수축이 또 찾아왔다는 예감이 들었다. 바로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고, NST 검사가 시작됐다. 금식이 시작됐고, 새벽 6시 반, 마그네슘 추가 투약이 결정됐다.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말씀하셨다.
"지금 2가지 약물을 쓰고 있는데, 자궁 수축이 잡힐듯하다가 또다시 시작된 것으로 보여서 기존 라보파 투약 농도도 높일 거고, 마그네슘을 추가할 거예요. 마그네슘으로 자궁수축이 잡히지 않으면, 더 쓸 수 있는 약이 없고, 마그네슘은 숨이 가쁘거나 기운이 없다거나 어지럽다거나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약과 링거가 주렁주렁 달린 폴대에 약하나가 또 추가됐다. 마그네슘 투여가 추가되자마자 부작용이 바로 시작됐다. 숨이 가빠지고, 어지럽고, 손이 떨렸다. 약물 부작용은 곧이곧대로 모두 나타내는 내 나약한 몸이 원망스러웠다. 상태가 점점 호전되는 것이 아니라 유지되다가 다시 악화되고 약물 부작용은 계속되는 양상이 아무래도 불안했다.
4시간 간격 채혈로 마그네슘 농도를 체크했다. 추가 투약된 마그네슘으로 내 몸의 피로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4일 차도 무사히 견뎌냈다.
입원 5일 차 새벽 4시경, 화장실에 갔는데 처음 진통이 찾아왔을 때와 비슷한 양상의 출혈이 보였다. 바로 간호사실에 콜 했다.
아침 7시 반, 초음파 검사와 내진검사가 진행됐다. 내진검사는출산이 임박했을 때 한다는 것을 들은 바가 있어 불길했다.
"자궁 문이 2cm가 열렸어요. 남편 분 오늘 와 계실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대기하셔야 될 거 같아요."
출근 중이었던 남편을 호출했다. 남편은 어안이 벙벙한 거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편은 조만간 퇴원하거나 34주까지 입원하겠거니 싶었다고 했다.
급히 호출받아서 온 남편을 보자 눈물이 왈칵 터졌다. 괜찮다며 위로해주는 남편의 말에 한숨소리가 함께 섞여 나왔다.
아침 9시경 내 베드는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에서 진통실로 옮겨졌다.
분만에 대비해 무통주사관도 미리 잡아뒀고, 내진검사도 다시 진행됐다. 자궁문은 40~50% 열렸다고 했다.
진통실 내 옆자리 산모는 자궁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난리인데, 내 자궁은 왜 자꾸 점점 열리는지... 뱃속 아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잘 놀고 있는데 자꾸 아가를 밀어내는 내 자궁이 야속했다.
"지금 더 쓸 수 있는 약은 없고, 4시간 간격으로 채혈해서 확인하고 있는데 마그네슘 농도도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12시 즈음에 나오는 채혈 결과를 보고 수축억제제는 투약을 중단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자궁 수축이 더 진행되고, 자궁문이 더 열리면 바로 분만으로 이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결국 마지막 채혈 결과는 마그네슘 농도가 더 이상 올라가면 안 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사실 나도 부작용이 있어도 참을 만하다고 말했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오전 11시 20분경, 채혈 결과가 나왔다.
"혈액의 약물 수치가 너무 높습니다. 현재 계속 약물을 투여해도 자궁 수축은 잡히지 않고, 산모에게 부작용만 나오고 있어서 투약을 중단하고 분만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말을 듣자마자, 여태까지 주치의 선생님께는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 참을새도 없이 터져 흘러나왔다.
"선생님... 저희 아가 어떡하나요... 정말 더 방법이 없을까요?"
"산모님... 많이 견디신거예요. 더 견뎌내시는거는 불가능해요. 소아청소년과 주치의 선생님이 바로 대기하고 계시니, 잘 봐주실거예요."
그 와중에 견딜만큼 견뎠다고 다독여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이 위로가 되었다. 이말 마저 듣지 못했으면 나는 아기를 40주까지 뱃속에 품지 못한 죄책감에 얼마나 많이시달려야 했을까
오전 11시 50분경, 나는 가족분만실로 옮겨졌고,
분만방식을 자연분만으로 결정하여서 무통주사 투여도 시작되었다.
오후 1시 30분경, 양수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해 양막을 터뜨리고 분만하기로 결정되었다.
오후 1시 56분 본격적인 분만이 시작되면서, 남편은 분만실에서 나갔다. 이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지 않은 아가를 낳기 위해 힘을 줘야 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지만, 분만하는 과정이라도 아가가 덜 힘들었으면 해서 있는 힘껏 힘을 줬다.
"산모님, 잘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힘을 줍시다."
오후 2시 6분, 희미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29주 차 4일, 1.49kg로 세상에 나온 아가는 잠깐 얼굴만 보여주고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아가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그래도 자가호흡이 전혀 안되는 위급한 상황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앞으로 아가가 어떤 일들을 겪게 될지 너무 무서워 눈물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