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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Sep 02. 2023

○○은 줄고 □□은 커집니다

아, 진짜요?


‘오, 진짜면 대박인걸..?’



얼마 전, 길거리에서 ‘위험은 줄고 기회는 커집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봤다. 한 여당 의원 측에서 게시한 것이었는데, 최근 이런저런 말이 많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두고 한 말이었다.


잠시만… 얘 맨날 취준 이야기 하더니 이제 정치로 장르를 바꿨나?(아닙니다. 저는 정치 이야기 할 지식도 없고 깜냥도 없습니다)


그냥, 위험은 줄고 기회를 커진다는 저 말이 너무 ‘혹’하게 들렸을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선일보’나 ‘경향신문’ 같은 일간지를 보면, 하룻밤 사이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이 일어났는지, 온통 세상이 위험한 일 투성이지 않은가. 일만 위험한가? 요즘엔 생각 하나도 위험한 시대다. 신자유주의니 능력우선주의니… 뭐 그런 재미없는 말은 차치하고서라도,  머리 아프고 마음 쓰린 것들의 세상이 요즘일 테다.


기회는 또 어떤지. 현수막 보자마자 ‘프레피 족(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계를 지속하려는 이들)’이란 단어부터 떠올랐다. 그러니까, 최저임금, 노동 환경 혹은 고용 시장 불안정… 이다 뭐다 하는 문제를 집약한 표현이 유행으로 자리 잡은 게 요즘이다. 90년대와 2000년대의 한국을 견인했던 상승 욕구는 이제 없(어졌)다. 이런 세상에서 기회는 개개인마다 달리 정의될 테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하게 기회가 커진다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다니, 놀라운 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몇 년 사이, 내가 사는 우리나라의 담론은 참 복잡해지고도 비참하게 변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굳이 그 사건들을 나열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 가운데 나는 성인이 됐다.


물론 해당 현수막을 내건 사람이 말한 위험과 기회는, 내가 말한 저런 종류와는 좀 다를 것일 테다. 그럼에도 어쩐지 모르게 저 현수막을 보면서 ‘딴지’를 겪고 싶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다만 저 현수막 아래, 묻고 싶긴 하다.

아,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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