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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Sep 04. 2023

자야 하는데

잠이 더럽게 안 온다면

일요일 밤 특: 피곤한데 잠이 안 옴


돌아오는 한 주를 상쾌하게 맞이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일찍 누웠다. 그때가 9시쯤이었는데 아직까지 못 자고 있다. 불면증 같은 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수면지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이상하게 백수지만, 일요일엔 잠들기 아쉽다. 그러니까 관념적 요일이란 게 정말 무서운 게 아닐까.


솔직히 나야 월화수목금토일을 월월화화수수목금퇼로 산다거나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산다고 해서 큰 일 나진 않을 것이다(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중은 열심히 살고 주말은 쉬고, 주말이 끝나면 다시 열일하는 혹은 갓생 사는 주중으로 돌아간다는 건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득한 습관인 듯하다.


주체적으로 살아라! 자신의 길을 개척해라! 줏대 있게 살아라! 는 요즘이지만, 요일의 굴레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하는 내게 저런 말은 너무나도 이상에 가깝다.


제 멋대로 살되 제도권 밖으로 벗어나긴 무섭고

그렇다고 루틴에 얽매여 살자니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 너무 재밌다. 빨래 돌아가는 소리가 파도소리 같아서 부산으로 냅다 여행을 떠났던 그날이 오해토록 기억될 추억으로 남을 만큼.

(그리고 얼마 뒤에 적금 깨고 대만 여행까지 다녀왔다^_^)


대책 없어 보일 수도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면서 걸어가는 지금이 나쁘지만은 않다. 물론 맘이 편하지도 않지만 어차피 1,2년 뒤면 뭘 하든 먹고살고야 있겠지 않은가.


어차피


밤 11시까지 학교에 갇혀 공부하던 고3 시절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건 쉬는 시간 10분 만에 매점을 털어온 기억이고, 막막했던 재수 생활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건 도서관 앞에 팔던 추로스를 사 먹던 일이다.


브런치에 생존기까지 올렸던 좌충우돌 인턴 시절은 내 생에 가장 값진 인연을 만난 시절로 기억되고 있다. 모든 걸 그만두고 새 출발을 (1년 반 째) 하고 있는 지금도 한 1년 뒤에 돌이켜보면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받던 기억보다는 소소했던 순간이 대부분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요일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해서 조급하기보단 그냥 내일이 월요일이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는 게 싫다는 당연한 이야기. 백수의 관념적 일주일, 내일부터 또다시 시작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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