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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Apr 12. 2019

여행, 여기라면 행복할까? 1

시작, 프라하의 청춘들


지금 아니면 못 갈 것 같아서 그래

4학년 1학기를 앞둔 겨울방학, 여행을 떠났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였고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서 굳이 지금 여행을 가야겠느냐 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떠났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한 달동 안이나 여행을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앞으로는 더욱 바빠질 것이고 취직을 하면 더욱 시간이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열심히 모은 아르바이트비를 탈탈 털어 떠났다. 마찬가지로 자격증 시험을 앞둔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해질 무렵 프라하
누구는 입학을 하고,

유럽 여행을 시작점, 프라하.

눈이 닿는 곳마다 동화 같았던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극히 현실을 살아가는 중이었다. 취업 준비생인 우리, 갓 대학생이 된 20살 새내기 그리고 얼마 전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언니까지.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룸메이트들은 성별 빼고는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닌다던 새내기는 홀로 여행을 왔다고 했다. 와, 스무 살에 혼자 유럽 여행이라니.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과연 혼자 그 먼 곳까지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새내기 때 거침없으면서도 한편으로 겁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은데. 새삼 나의 스무 살을 생각하니 그 친구가 참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용감한 새내기에게도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학점'이었다. 입학도 하기 전에 성적 걱정이라니.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모르긴 해도 고등학생 때 성적에 신경 쓰던 습관 때문일 것이다. 지금쯤 아마 그렇게 걱정했던 중간고사 준비를 하고 있을 것 같다. 어느 대학을 다니는 지도,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순간. 그 친구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누구는 퇴사를 하고

"퇴사한 지 조금 지났는데, 진짜 정말 너무 행복해"


퇴사를 했다던 룸메이트 언니의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사실 퇴사를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고 한다. 아무리 요즘 '욜로(You Only Live Once)' 라이프가 대세라고 하지만 막상 나의 상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 욜 로지, 자칫하면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언니는 퇴사를 했고 지금 상황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다.


퇴직금을 들고 떠나온 여행. 우리에게 프라하는 첫 도시였지만, 언니에게 프라하는 여행을 마무리 짓는 곳이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유럽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 언니는 지금까지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물론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구직을 해야 하지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기꺼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선뜻 혼자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 있는 새내기.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언니. 그렇다면 과연 그들에게 나는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우선 나는 용기도 당당함도 없다. 내 기억 속 그들처럼 멋있게 남을 자신도 없다. 사실 지금쯤 나에 대한 기억도 저 어딘가로 밀려났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억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그들에게 심심한 고마움이나마 전하고 싶다.





여행지에서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맙다고.

그렇기 때문에 멀리서나마

당신들의 시작을 응원한다고.

나중에 혹시 인연이 닿는다면

반갑게 인사하면서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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