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종교와 접점이 거의 없었지만, 로마에 가면 꼭 바티칸에 가보고 싶었다. 나와는 정반대의 곳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이상하게 끌렸기때문이다. 워낙 볼 것도 많고 종교를 떠나서라도 역사가 깊은 곳이라 하루를 꼬박 투자해도 다 둘러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보통 여행사를 통해 일일 투어 형식으로 많이 둘러본다. 점심부터 시작하는 반일투어와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는 전일 투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우리의 선택은 전일 투어. 멀리 갔으니 다 보고 오자는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조금 후회하기는 했다.
눈을 떴을 때만 해도 비가 왔었는데, 다행히 오전부터는 날씨가 맑아졌다.
제가 체구는 작아도 투어가 끝날 때쯤에는 든든한 가이드로 기억될 겁니다
투어 시작 전, 가이드님의 첫인사였다.
'안녕하세요, 00입니다'라는 형식적인 소개 뒤에 따라 나온. 참 매력적인 말이었다. 어쩌면 아무 감흥 없는 인사치레로 들렸을 수도 있지만 그분위기가 이한마디에 끌리게 만들었다. 가이드님은 표정이 참 밝았다. 이른 아침임에도, 일주일에 몇 번씩 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반짝였다.
나중에 들었지만 가이드님은 원래 여행객으로 바티칸에 왔었다고 한다. 처음 와본 이곳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두 번 오다가 결국에는 가이드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매일 반복되는 일터에서 어떻게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오히려 다른 이의 직장을, 일상을 지루하다고 속단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좋아한다는 것의 힘
미처 해가 다 뜨기도 전인 이른 아침부터 해가 저 뒤로 넘어가버린 늦은 저녁까지. 하루 종일 이어진 일정에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설렜던 투어였다. 오고 싶었던 곳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긍정의 힘으로 무장한 가이드와 함께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 됐든 바티칸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바티칸에 와 보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종교가 가지는 힘'이라 게 어떤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친 이들에게는 힘이 되어주고 슬픈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어주는 그런 힘.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함께 공감해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다.
그렇지만 대신 의문 인지도 몰랐던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한다는 것'의 힘.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 그리고 스쳐가는 누군가에게 이토록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 무엇보다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은다 좋아하는것에서부터 시작되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