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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Feb 28. 2022

노잼 치트키

순식간에 노잼인간 되는 법

참 신기하다.

‘오, 요새 글 좀 재밌게 쓰는데?’ 하다가도 과제로 제출할 글만 쓰면 순식간에 재미가 없어진다. 매력이 확 죽어버리는 느낌이 든달까… 구구절절,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이 최근에 썼던 과제 글 하나 증거로 올리련다. 사실 이 글을 세상 밖으로 보내도 될까 고민을 꽤 했다. 하지만 성장의 지름길은 돌파라 했다. 종종 이렇게 과제로 쓴 글을 올리게 될텐데 부끄럽고 X팔리면 더 열심히 쓰겠지! 라는 마음으로, 소풍가서 만들던 도자기 컵을 닮은 못난 글을 올린다.


<작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도시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미취학 아동 시절, 말을 듣지 않는 나를 향해 부모님은 늘 ‘망태 할아버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한테 잡혀가기는 싫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늦은 밤 마주친 아이에게 질문을 한 다음,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해코지를 하는 괴물이 등장했다. 이른바 ‘빨간 마스크’. 통금시간은 저녁 6시였지만, 혹여나 그를 마주칠까. 3~4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괴물을 영 피해 살 수는 없었다. 종종 9시 뉴스에서는 괴담이 사회 풍속을 해친다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납량특집 프로그램에서 온갖 기이한 존재들을 소개했다. 근래에는 스위트 홈, 킹덤, 지우학 등 괴물이 본격적으로 콘텐츠화가 되고 있기도 하다. 괴물을 향한 관심은 옛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우야담, 청구야담 등 고서적을 살펴봐면 어둑시니, 깡철이, 인어, 지네 신선 등의 괴물이 등장한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실제 목격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이 바로 괴물이다. 보이지 않는 존재, 괴물들은 ‘카더라’를 통해 명맥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몇 년 뒤에는 구닥다리 괴담이 되어버린다. 90년대 생들을 겁에 질리게 했던 빨간마스크는 이미 그 시절의 추억이 됐다. 더 이전의 홍콩할매가 그랬듯말이다. 여러 괴물을 거쳐, 지금은 ‘좀비’가 유행을 꿰차고 있다.


그런데 괴물의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발생 배경이 당시 사회상과 꽤나 밀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서적에 등장하는 괴물은 주로 국가 혼란의 시기에 나타났다. 특히 가뭄이 심하게 들거나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경우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주로 자연재해의 원인으로 묘사된다. 그로 인해 민심이 흉흉해질 때는 사람의 형상을 한 괴물들이 자주 목격됐다는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백성들을 힘들게 했던 상황과 유사한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현대도 마찬가지다. 주로 어린이들에게 겁을 줬던 괴물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강력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한 최근에는 우리 사회가 꾸준히 지적했던 눈에 보이지 않던 문제가 괴물로 재탄생하기 시작했다. 제약 회사의 비리를 지적하는 ‘부산행’이 그러하고, 학교 폭력 피해자가 좀비가 된 ‘지금 우리 학교는’이 그렇다. 각 개인의 어긋난 욕망에 따라 괴물화가 진행됐던 ‘스위트 홈’도 마찬가지다. 괴물은 당대의 곪은 부분을 반영하며 탄생했다.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때와 장소만 다를 뿐, 본질은 같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책임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규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이다. 결국 현대의 괴물은 ‘피해자’를 먹고 자라난 셈이다. 그러니 진짜 현대판 괴물은 피해자를 ‘직접’ 잡아먹은 존재로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나는 도무지 그들의 정체를 알 길이 없다. 결국 괴물은 늘 곁에 있을 수밖에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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