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시험 준비를 하느라 써냈던 논술, 작문이 제법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시험장만 가면 합격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서류전형부터 떨어지더라. 결국 두 달 넘게 시험장 근처도 못 가봤다.
머리카락도 눈에 띄게 빠지고 피부도 푸석해졌다.
기력이 떨어져서 잠도 많아졌다. 그래도 영 손을 놓을 수는 없었기에 훌쩍 여행도 떠나보고 아침 일찍 일어나 도서관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가끔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생각든 날엔
맥주 한 캔으로 저녁을 마무리 했다.
그러다보니 살도 조금 쪘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나에 관해 할 말도 없어졌다.
예전처럼 우울감이나 공허함에 빠졌다면
이런 저런 생각도 해보며, 정리도 하면서 글을 썼겠지만 오히려 삶이 단순해지니 생각도 단조로워졌다.
편한 것과는 분명 다른 상태.
하지만 별 다르게 문제도 없기에 이렇다 할 첨언도
어려운 상태가 된 것이다.
브런치에 글은 쓰고 싶고, 할 말은 없고
사회적 현안을 분석해서 올리자니 그만한 식견은 부족하고 상상에 기댄 단편 작문을 연재하자니 부끄러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분명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솔직해지고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나선형의 시간을 거치는 것 같다.
깊이만 달라질 뿐, 처지는 비슷한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이렇게 영양가 없는 글을 올린 건
지금이 아니면 정말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조금 더 다듬어지고 괜찮은, 글다운 글을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