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국에는 저만의 소리가 있다. 그리고 모든 소리는 저만의 자국을 안고 산다. 숲의 언어는 침묵이고 나무의 웅변은 고요다. 그들은 새를 빌려 울고 바람을 빌려 말한다. 산수유가 층층나무에게, 층층나무가 서어나무에게, 서어나무가 대숲에게 전하는 적요의 틈새 말.
나무의 그늘에 앉아 눈을 감고 귀를 열어 ‘숲 말’을 배운다. 숲은 사랑의 고백도 ‘솨아’하고 이별의 인사도 ‘솨아’한다. 그러니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수다스런 날의 연속인가. 하지만 또 사람의 수다란 얼마나 다채로운 숲의 말이련가. 오늘 주름진 얼굴들은 당신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