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고 길었던 대학생활이 드디어 끝났다. 6년 동안이나 대학에서 지내면서 다가올 끝은 분명 어렵고, 서글플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후련한 기분에 나 스스로도 이게 뭘까 싶다. 제목과 다르게 나의 이십 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로 28이고 20대와 진정으로 작별하기까지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남아있다. 그래도 앞으로 남은 20대의 기간은 그전의 20대와는 분명 다를 거라는 알 수 없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대학은 나에게 있어 큰 존재였고, 굳이 표현하자면 대학은 나의 20대에 ‘온통’이었으니까. 나는 그곳에서 자랐고, 아팠고, 행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홀로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의 마지막 날 문득 나에게 찾아온 독백.
나의 지나간 시간들과도 이제 작별인사를 해두어야겠구나. 대학이 끝나고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는데 급급해 변변찮은 작별인사 한번 못했는걸.
숙소를 나와 옥상의 정원에 올랐다. 수영장 앞에 놓인 썬베드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 검은 도화지 위로 흩뿌려진 빛나는 별 부스러기들. 무언가 몰려오는 울림이 들린다. 두 눈을 스르르 놓는다. 어두운 눈꺼풀 아래서도 별들은 여전히 반짝인다.
이야, 밤하늘은 눈꺼풀 아래서도 반짝이는구나.
눈꺼풀 아래의 반짝이는 밤하늘로 기억의 바다가 쏟아진다.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츄리닝 차림으로 보냈던 2년의 시간, 처음 과방 문을 열었을 때, 경찰의 물대포와 함께 길가로 흐르던 나의 불꽃들, 소중한 친구들의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학생회 생활. 미숙했기에, 아팠기에, 밝았기에, 꿈꿨기에 너무나도 소중한 순간들. 내가 힘들었던 순간들 마다 행복했던 순간은 어디로 가고 고통만이 내게 남았을까 싶었는데, 그동안 여기에 담겨있었던 거구나. 그리고 힘들어했던 그 순간들도 이제는 여기에 담겨서 소중한 순간이 되었구나. 밤하늘로 쏟아진 기억의 바다가 이제는 뺨을 타고 강으로, 강으로 흘러내린다.
이렇게 많은 바다를 해쳐서, 해쳐서 여기까지 왔구나. 장하다 나 자신. 그동안 열심히 나아가고 있던 너를 향해서 부족하다고만 질책해서 미안해.
지나간 순간의 나는 무엇을 보아서, 바래서, 느껴서 그렇게 뜨거울 수 있었던 걸까. 질문의 빈자리를 “지금의 나라면 다시 그 일들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 다시 메꾼다. 감당의 의미가 ‘잘’해내는 것이라면 지금도 확신할 수 없다. 과거의 나는 그럼에도 노를 잡고 바다의 파도들을 넘어왔던 거겠지. 장하다, 나 자신.
앞으로도 이런 순간들이 얼마나 찾아올까. 다시 돌아오는 순간들에는 얼마나 많은 바다가 쏟아지는 걸까. 나의 의식은 언제일지 모르는 나의 마지막 순간으로 향한다. 알지 못하는 시간들이, 감동들이 내 마음을 가득 메운다.
인생은 나아가고, 돌아보는 거구나. 나아가는 내가 있고, 돌아보는 내가 있어. 그리고 인생은 나아가고, 돌아보는 그 순간의 어딘가에 있는 거구나. 안녕, 나의 20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