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슨 이끼

이끼가 슬었다. 흘러내린 눈물자국을 따라, 찌그러진 마음의 틈새 사이사이마다 철에 녹이 슬 듯 내 안에는 이끼가 슬었다.


삶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하루하루 치열하지 못함에 불안하고, 어느새 경주가 되어버린 삶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불안함의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삶의 모든 곳에서 울리는 불안함의 메아리들로부터 나는 벗어날 수 있을까?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이 스쳐간 자리마다 퀴퀴한 이끼가 슨다. 우울한 어느 저녁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지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내 안을 유심히 들여 다 본다.


밤에 내려앉은 어둠과 흘러내린 눈물의 습기가 훅 하고 느껴진다. 창이라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할 텐데... 어둠과 습기만이 가득 찬 곳에서 밖으로 열 창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둠을 더듬으며 찾아낸 창, 하나. 창을 열어보려 하지만 불안과 초조함으로 찌그러진 마음에 낀 창이 열릴 리 없다.


지금 당장 내 마음에 슨 이끼를 털어낼 방법은 없는 듯하다. 나는 무력감에 주저앉는다. 무언가가 되고 싶기에 찾아오는 불안함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은 자리가 편한 것도 아니다. 주저앉은 자리를 툭툭 털어내고 “그래, 살아 있으니까 이끼도 끼는 거겠지...”하고 생각해 본다.


창을 열어 내 마음을 온통 쓸어낼 바람을 불러올 수 없다면 나 스스로가 바람이 되기로 다짐해 본다. 내 안의 불안함을 마주한다. 그를 향해 부는 미약한 나의 바람. 살랑거리는 바람에 내 안에 스민 견고한 것들이 움직일 리 없다. 바람이 되어도 당장 나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 다가올지 모를 그때를 위해 나는 끝임 없이 바람이어야 한다. 언젠가 내 마음에 빛 한줄기 드는 창이 열렸을 때 내 마음에 스민 모든 것들을 쓸어내고, 털어내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바람이어야 한다.


글을 쓰는 지금, 내 안으로 살랑이는 한 줄기 바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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