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음이란 무엇인가>



치즈를 한 입 베어문다. 짭쪼롬한 맛이 혀를 한 바퀴 돌고 꼬릿한 향이 코를 탁 쏜다. 이 이상야릇함에 내가 치즈를 끊을 수가 없다. 아, 딱 한 가지만 빼고. 졸라 냄새나는 고르곤. 아니, 고르곤-졸라였나. 시시껄렁한 생각을 하며 썩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발효와 썩음은 무엇이 다른가. 왜 어떤 것은 치즈가 되고 어떤 것은 실내화 가방 안에서 터져버린 얼룩으로 썩은 내를 풍기는가.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온갖 썩은 것들을 생각해 본다. 고인 물, 오래되어 쉰 김밥, 동생 몰래 먹으려고 숨겨놨다가 곰팡이가 슬어버린 초.콜.릿. 아끼다가 똥 된다는 게 이 말일까. 그렇다면 썩음은 똥인 것인가? 둘 다 보는 이를 심히 불쾌하게 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도록 한다. 사유의 바다를 허우적거리던 나는 문득 깨닫는다. 아하! 썩음은 움직이지 않는 것 이구나.


썩음은 부동(不動)을 조건으로 한다. 흐르지 않고, 변화하지 않아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이 썩음의 조건이다. 반면 미생물의 끝임 없는 효모의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고요 속에서 일어나는 끝임 없는 미생물의 움직임이 발효라는 깊이를 만든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썩어버리는가. 심장이 총알에 뚫렸을 때? 아니야! 불치병에 걸렸을 때? 아니야! 맹독버섯스프를 먹었을 때? 아니야! 바로 움직임을 잃었을 때다. 자신의 마음이 새로워지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사랑을 발산하지 못할 때. 사람은 자신이라는 자그만 우물 속에서 썩어버린다.


썩은 것의 옆에 있으면 멀쩡한 것도 맛이 가버리기 마련. 사람은 치즈가 아니기에 겉만 보고서는 내면의 썩음을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고안한 방법은 리트머스 용지에 이렇게 써보는 것이다. “남을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타자를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때 돌아오는 대답이 “뭐 하러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면 썩음의 초기증상이요, “그렇게 착하게 살면 너만 바보 된다!”라고 말하면 연명의 가능성이 없는 말기증상이다. 이런 종류의 대사들은 자신이 썩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같다. 친절하게 자신이 썩었음을 알려주니 회피는 한결 쉬워진다.


썩지 말고 발효되는 인간이 되자. 발효는 향이 난다, 풍미가 있다. 우리 영혼에 깊이를 더해준다. 발효는 끝임 없는 움직임에서 나온다.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행동으로 표현하고, 타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의 영혼은 발효 되는 중이다. 발효는 향을 발생시킨다. 당신에게 바보 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이를 냄새로 맡은 것이고, 너 참 아름답구나 하는 사람들은 향기로 맡은 것이다. 당신에게 냄새가 난다고 하는 사람과 향기가 난다고 하는 사람. 어떤 사람과 지낼지는 자유롭게 판단하시라.


썩지 않기 위해 인간은 새로운 세계와 관계로 끝임 없이 움직여야 한다. 사고의 바다에 바람을 불어넣고 향기를 날리자. 아무런 고난도 상처도 없는 무풍지대 따위 언젠가 썩어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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