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한 나라의 주민A Jun 28. 2022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22. 06. 28

  어젯밤 전령이 왔고, 사람들은 술렁이고 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우리가 봉착한 문제입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갔고 적들의 함성과 깃발이 발을 구르며 몰려오고 있습니다. 전사여 그대의 순간이 왔습니다.      

  적이 과거의 무덤으로부터 기어 나온 망령들이던, 불가시한 미래의 유령들이던 그대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 단호한 결단으로 그대를 증명하는 것뿐. 사생결단의 각오로 야만의 세례에 맞서기로 한 당신의 용맹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설령 그 끝이 죽음이라 할지라도 그대의 핏빛 장미는 장렬히 만개할 것입니다. 굴욕을 삼키고 백기를 들겠다 해도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다 합니다. 그대의 쓰디쓴 인내에 존경을 표합니다. 혹은 적과 의를 맺고 그들을 형제라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최상의 책략은 다투지 않고 싸움을 끝내는 것이라 하지 않나요.     


  그대 앞에는 열 개의 죽음과 백 가지 생명, 천 개의 이별과 만 가지 만남의 기로가 놓여 있습니다. 저 중 무엇이 왕도(王道)냐 묻는다면 그대가 걷는 길이 그러하다고 답하겠습니다. 그대는 자아의 왕, 삶의 지배자이므로. 삶은 그대의 충직한 말. 사람이 말을 탔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말이 사람을 탔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      


  투쟁하는 전사, 자아의 왕이여 길이 어디냐 묻지 말고, 부끄럼 없이 그대가 발 디딘 곳을 길이라 명하세요. 미련이라 한다면 그것은 못다 핀 꽃잎에 대한 연민. 낙화 분분, 피어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화려하게 지는 게 아름다우리. 날리는 꽃비 속 폭풍처럼 달리면 후회의 족적은 그대를 원망치 않으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