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멜버른의 5월 가을 눈부십니다.
4월 말 ~ 5월 초 4박 5일의 일정으로 호주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여름나라 베트남은 강렬한 절정의 여름철 무더위이고, 고국 한국의 계절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봄의 절정입니다. 그와 정반대로 지금 호주의 날씨는 가을의 절정입니다.
눈 대신에 비가 자주 오는 추운 날씨로 나무들의 낙엽이 거리와 공원을 뒤덮은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구촌은 어떻게 이렇게 남반구, 북반구가 다르고 또 열대지역 적도지역의 날씨가 다르다는 것이 참으로 신비로운 경험이 됩니다.
여행의 반려자, 아내는 하마터면 감기가 들 뻔했습니다. 그토록 가을의 추위가 몸을 세차게 파고드는데 호주의 자연은 아름다웠습니다. 가을의 풍경에 지나치게 취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경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봄에 취해서 가을을 준비하지 말거라!
가을에 취해서 봄의 생명력을 잊지 말거라!
딱 그렇게 경고를 하는 가을 풍경에 젖어서 돌아온 일터에서도 호주 대륙의 가을 향기가 불어옵니다.
올해 가을에는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겨울을 대비하고 있을 만큼 단단해졌을까?
이렇게 미리 올가을을 상상하고 나의 모습을 그려보게 됩니다.
아름다운 현지 동영상을 보시려면 네이버 블로그를 보십시오.
https://blog.naver.com/seolhon/223434399539
호주의 시드니, 멜버른 공원의 나무들은 푸른 잔디와 대비색이 됩니다.
두 도시 모두 아름다웠지만, 다른 듯 같은 듯 각 도시의 매력이 있습니다.
멜버른의 풍경은 며칠 전 블로그에서 가을마저 삼켜버린 주립 도서관을 주제로 공유하였습니다.
시드니의 풍경은 그야말로 거대한 사이즈의 신대륙의 신도시 블랙홀로 관광객들을 끌어 담습니다.
시드니의 국립박물관과 왕립 가든이 있는 공원은 그대로 가을 풍경의 전도사였습니다.
5월의 시드니는 가을의 낙엽들과 어우러지는 향연이었습니다.
나무들의 사이즈는 공룡시대의 거목들을 연상시킵니다.
베트남의 여름 나무들도 왕성한 생명력으로 거인의 나무가 많지만,
호주 시드니 공원의 나무들은 그 사이즈의 두 배는 되어 보입니다.
공룡들이 그들만의 지상의 낙원에서 거인 나무들과 조우하는 상상이 펼쳐집니다.
어떻게 이러한 원시림 속나무들을 사람들의 도시와 조화롭게 만들었을까요?
시드니는 정말 세계적인 명품도시답게 인공물(건축물)의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집니다.
특히, 새로 돋아난 사시사철 푸른 잔디 위에 돋아난 거목들이 수백 년 족히 넘은 세월들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신대륙에 침범한 서양인들, 이민자들에게 '너희들이 오기 훨씬 전에 호주 대륙은 존재하였다."
선포하는 풍경이 됩니다. 여행객들과 시민들, 과거와 현재의 건축물, 원시림과 현대적인 시민공원의 모든 것이 블랙홀 시드니의 가을에 완벽하게 조화로운 풍경이 되어버립니다.
영국 해군 제독 제임스 쿡 선장 일행이 1788년 1월 26일 시드니항에 도착 이래로 호주는 대영제국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1801년 자유이주민 백인들이 유입되기 이전에 이 대륙에 살고 있던 수많은 원주민들이 생각납니다. 원주민들이 희생당했던 역사에서 그들이 계절을 어떻게 보았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그 거목들 사이에서 대비되는 낙엽들이 푸른 잔디 사이에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그 그림들을 밟으면서 가을의 꿈에 빠져듭니다. 때마침, 빗줄기들이 거세어지는 날씨 속에서 공원을 걷고 생각에 잠깁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이 눈 대신 낙엽을 뿌리고 있는 호주의 가을이자 겨울(눈 내리는 날 없는)입니다.
셰익스피어는 가을에 대하여
"9월에는 우울한 얼굴을 하지 마라.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즐기는 여행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가을에 우울한 얼굴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호주의 원주민들은 셰익스피어와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4월 말 5월 초 계절을 반거렁이라고 부르면서 자연을 얘기합니다.
호주의 원주민 박물관에서 얻은 정보를 인용하고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우리가 4계절이라고 하는 우리 식의 해석이 호주의 원주민들에게 통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호주 대륙의 원주민은 수천 년 동안 야외에서 살았으며 계절의 움직임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화롭게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표시하기 위해 서양의 그레고리력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아는 사계절의 상식을 호주 대륙에 접목시키려는 우리의 발상이 잘못된 겁니다. 호주의 원주민들, 그들은 식물의 꽃과 열매를 관찰하고 채집과 사냥 활동을 이것과 연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윈 울리버트(Darwin Woolybutt, Eucalyptus miniata)가 꽃을 피우는 시기(5월)는 젖은 후 죽은 풀을 청소하기 위해 초기 건기 연소를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들은 건조한 땅이 아직 수분을 유지하고 화재의 강도가 덜 강할 때, 건조한 날씨보다 더 일찍 이 일을 수행하는 가장 좋은 시간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원주민들에게 그들이 속한 계절을 알려주고 그 계절과 관련된 중요한 활동을 상기시켜주는 많은 '달력 식물'의 한 예입니다.
Banggerreng (Bung-ger-reng 반거렁) - 3월 하순부터 4월 하순까지. 홍수물이 물러납니다. 대부분의 식물은 열매를 맺고 동물은 새끼를 돌봅니다. 스피어 그래스는 빨리 건조되고 노랗게 변합니다. 격렬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폭풍은 작살풀을 납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폭풍우를 '압도'하는 것입니다. 잠자리는 다가오는 건기를 예고합니다. 홍수로 물이 떨어지면 바무루(까치기러기)는 갈대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호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발목이 젖고 신발 안창이 젖는 빗속을 1시간 이상 걸었답니다. 폭풍우처럼 빗줄기가 압도하는 계절 한가운데 관광객들은 힘겨운 시기지만, 호주 대륙은 열매를 맺고 새끼를 돌보는 새 생명들을 준비하는 시기였습니다.
Yegge (Yeg-gay 예거) –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비교적 시원하고 습도가 낮습니다. 수련으로 뒤덮인 습지대에 건조한 바람과 꽃이 피는 Woolybutt는 Bininj(북쪽 호주 원주민 애보리진 사람들)에게 '국가를 청소'하고 방목하는 동물의 새로운 성장을 장려하기 위해 삼림 지대를 불태우기 시작할 때라고 말합니다.
Wurrgeng (Woor-e-geng) – 6월 초부터 8월 중순까지 '추운 날씨' 시간입니다. 습도가 낮습니다. 낮 기온은 약 30˚ C, 밤 기온은 약 17˚ C입니다. 대부분의 개울은 흐름을 멈추고 범람원은 건조해집니다. 불은 계속 타다가 밤에는 이슬로 꺼진다. 곤충과 작은 동물이 불길을 피하려고 하는 동안 검정 소방선을 순찰합니다. 까치 기러기들이 줄어들고 있는 빌라봉 떼를 몰아냅니다.
구룽 (구룽으로 발음) - 8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뜨겁고 건조합니다. 여전히 '거위 시간'이며 Bininj가 줄뱀과 긴목 거북을 사냥할 시간이기도 합니다.
구누멜렝 (Goo-noo-mel-eng) 시기에는 10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더워지고 더 습해집니다. 뇌우와 산발적인 소나기가 땅을 녹색으로 물들입니다. 물새는 물과 새로운 성장이 더욱 널리 퍼짐에 따라 흩어집니다. Bininj(호주 원주민 중에 하나)*는 다가오는 우기의 맹렬한 폭풍으로부터 대피하기 위해 캠프를 돌 나라로 옮겼습니다.
구누멜렝(Gunumeleng)은 범람원이나 삼림 지대에 번개가 쳐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 몬순 이전 시즌은 급속한 성장과 에너지 생산이 급증하여 모든 생명체의 영양분이 저장되는 시기입니다. 구룽에서 구즈욱으로의 전환이다. Anduwitjmi 라고 불리는 작은 녹색 자두가 익으면 Bininj(호주 원주민중에 하나)에게 몬순 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립니다.
구즈크 (Goo-jewk) - 12월 하순부터 3월 하순까지. 진정한 우기, 폭우 및 홍수. 땅이 물로 채워지고 개울이 흐릅니다. 긴가(강어귀 악어) 암컷은 새끼가 부화하는 동안 둥지를 보호합니다. 쥐(Dusky Rats)는 굴에서 쫓겨나고 비단뱀(Water Pythons)은 그들을 잡아먹습니다. 페이퍼 바크 나무에는 꽃이 피고 꿀빨이새, 진훙 잉꼬, 박쥐 등이 이를 먹고삽니다. 작살풀은 키가 2m 이상까지 자랍니다. Bininj*는 알과 고립된 동물을 수집합니다.
상록수보다 낙엽수가 더 정이 가는 것은 한 가지 이유입니다.
노란 잎새에 담기는 세월입니다. 우리는 그 세월에서 한 해를 잘 살아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셰익스피어의 조언처럼 가을에 우울한 얼굴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세월에 익어가고 영글어가는 우리의 삶을 대자연을 통해 축복하고 싶습니다.
가을은 정말 온몸으로 부딪치는 우리의 세월을 닮았습니다.
이루는 사람과 이루지 못한 사람도 모두 동등하게 가을의 낙엽수에 투영되게 됩니다.
일터로 돌아와서 5월의 가을을 멜버른과 시드니를 추억합니다.
호주의 원주민들이 6개 계절을 나누어 대자연과 소통한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대자연을 대륙을 넘어서서 우리 마음대로 나누어놓은 것은 오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상징적이었고 우리는 여름 한가운데 크리스마스를 상상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5월에 가을을 실제로 펼쳐 보여주었던 여행은 여행객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봄과 여름의 초입에서 그저 기뻐만 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차오르면 다시 줄어드는 것이 양과 음의 법칙이고, 푸른 초원이 낙엽으로 노랗게 변하는 것도 시간의 법칙입니다. 인생의 축소판이 계절처럼 변하듯이 가을이 지나면 다시 새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될 겁니다.
호주 대륙의 가을은 그렇게 인생을 준비하게 만들어줍니다.
5월의 가을 <감성 수필> 지구 반대편 호주의 가을 풍경 (1)
그 촉감도 기억하고 싶어집니다. 그 위를 거닐었던 발바닥의 그 촉감이 다릅니다.
초록빛 잔디를 밟으면 폭신하지만, 메마른 낙엽을 밟으면 푸석거립니다.
우리의 피부로 언제인가 그렇게 푸석거리겠지만, 새봄처럼 부활하여 재생될 수 있을까요!
5월은 헌봄일까요? 아직도 봄의 찬란한 꿈을 꾸고 있는 5월은 우리에게 새봄이고 싶습니다.
저 낙엽이 거름이 되어 새 생명을 잉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가을이 올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게 다음 계절, 다음 세상을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겸허하게 고개 숙이면서 준비하게 됩니다.
대자연의 영롱한 색깔들을 어떻게 화폭에 담을 수 있을까요!
일 년 내내 변하지 않는 초록 잔디에 쌓여서 섞여버린 노란 낙엽들이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한 해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또 변하지 않는 것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한 해 동안 초록빛이 아닐 테지만, 또 늘 초록빛을 품고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벗을 수 없습니다.
5월의 호주의 노란 나뭇잎들이 이렇게나 치열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직도 가야 할 나의 봄과 여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로소 황금빛 올가을이 오면 그때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살았노라! 나의 가을은 풍요롭고 충만하였노라! 그렇게 봄과 가을을 살아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