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프맨작가 May 31. 2024

100-19, <시처럼 산문> 여름나라 대왕야자나무

호프맨작가의 창작 산문시

대왕야자수 나무 황금비율,
미끈한 전봇대가 부끄러워한다.
콘크리트 전봇대는 일정한 비율 만들어준 대로 서있다.

이 멋진 신사는 유선형의 폼이 생동감 있게 뻗어있다.

거기에 단정한 바지 색깔에 맵시 있는 셔츠를 입었다
패션감각 좋아서 배색도 도드라지지 않고 무난하다.


비현실적인 하체 키만 본 것이지, 호소력 있는 얼굴과 긴 어깨와 팔이 있는 상체를 모르는 소리다.
대왕야자수의 상체는 꼭 귀족들에게 어울리는 깃털 달린 날개 옷을 입고 있다.

오페라 무대 위의 주연 가수의 의상을 뽐낸다.
그것이 우아하고 기품 있는 제갈공명의 부채처럼 움직인다.
바람에 휘말린 거대한 이파리들은 선비들이 감탄할 줏대를 보여준다.
노랗게 물들기 전에 떨어지지 않겠다는 지조다.



여름나라의 폭우는 <폭풍의 언덕>처럼 음산하지 않지만,

<오즈의 마법사>의 토네이도처럼 무섭다.

그 잔혹한 폭우 속에서도 커다란 잎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대왕야자나무의 올곧음은 <세한도>의 고목이 보여주는 절개다

자신이 키운 이파리는 무엇 하나 떨구어 버리지 않겠다는 의리다.

작가의 설명 -


여름나라에 살고 있기에 날마다 야자수를 만난다. 눈길을 주지 못하고 바쁜 일터에서 만나는 대왕야자나무는 흘낏 흘낏 짧은 시선에도 기운을 준다. 희망을 얻는다. 어쩌면 저렇게 곧을까? 어떻게 저런 품위를 유지할까! 한 해 동안 흐트러짐 없이 고품격의 우아함을 지켜가는 대왕야자나무에게서 많이 배운다. 혹독한 비바람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은 또 다른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사무실 주변부터 거리마다 흔한 여름나라의 대왕야자나무는 대쪽 같은 선비정신을 품은 여름나라의 강직한 신사들이다.  동양에서 온 선비 정신과 중세의 기사도 정신, 서방의 신사도 정신까지 똘똘 뭉친 이 나무에게서 받은 영감에 흠뻑 젖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18, 스니커즈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