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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Jul 24. 2024

백-17, 여름나라 거인 나무 친구에게

나의 거인 나무친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나의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바다 건너 태국 치앙마이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는 친구, 또 한국에 경기도에 아직도 열심히 직장 생활 말년을 보내고 있는 친구, 그리운 친구들 모두 바다 건너에 있습니다. 




베트남에 살기 때문에, 한국말을 나누는 오랜 친구들이 곁에 없기에 다른 특별한 친구를 만들었습니다. 


그중에 나무 친구가 있습니다. 거대한 체격의 든든한 친구입니다. 우리는 사람의 언어로도 나무의 언어로도 우정의 대화를 나누는 사이랍니다. 








이 나무 친구를 만난 지 7년째입니다. 처음 만나서부터 첫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우선 우람한 그 체격과 당당한 풍모에 마음이 빼앗겨 버렸습니다. 두 팔을 다 벌려도 이 친구를 끌어안을 없는 그 넓은 어깨에 나의 마음을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거인의 어깨 아니, 거대한 나무의 어깨에 앉아있는 상상을 하게 해줍니다. 이 나무친구는 세파에 휩쓸려서 옹졸하고 작아보일 수 있는 내 마음을 거대하게 만들어줍니다. 




이 나무 친구를 만나면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손을 얹어놓고 반가움을 체온에 실어 보냅니다. 나무 친구는 나의 인사를 받았는지 내 마음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가끔씩 찾아가는데도 변함없는 우정의 말을 건네줍니다. 


"그간 잘 지냈는지? 그간 열심히 잘 견뎠는지? 그렇게 앞으로도 오래도록 우리 서로 바라보면서 살자고..."








내가 얹어놓은 다섯 손가락보다 이 나무 친구는 훨씬 많은 가지를 하늘 끝까지 뻗쳐오릅니다. 그 키가 얼마나 높아서 빌딩을 찌르는지 호텔의 10층 높이를 훌쩍 넘어서는 아찔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줍니다. 사람이 만든 웬만한 인공구조물의 높이보다 높은 이 거대한 초록 생명체는 1년 내내 이파리가 무성합니다. 




제아무리가 비바람이 심하고 천둥 번개가 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내 삶이 폭풍우의 언덕에 서있어도 절대 이 나무 친구는 꿈쩍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격리, 셧다운으로 세상을 꽁꽁 묶어놓아도 나무는 그 자리에서 그저 묵묵히 사람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때 2021년 거의 1년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베트남 일터에 묶여 있을 때, 자주 이 나무 친구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힘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하늘길이 닫혀도 나무가 이고 있는 하늘은 만만하였답니다.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또 아내와 함께 있을 때면, 이 나무 친구를 덜 찾게 됩니다. 나의 무정함에 섭섭한 기색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찾아간 내 모습에 여전히 반갑고 기쁘게 나무의 우람한 줄기를 내 손에 내어줍니다. 아낌없이 내 두 손을 포옹하듯 잡아줍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외로울 때만, 그때만 이 나무 친구를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미안하고 미안하구나! 나의 나무 친구, 그리고 한없이 이해해 주어서 고맙고 또 고맙구나!" 




참, 이 나무 친구에게 여자 친구(아내?)가 있답니다. 그것이 좀 안심이 됩니다. 내가 자주 찾아가지 않아도 여자 친구, 아니 아내 나무가 바로 옆에 거의 비슷한 몸집으로 나란히 하늘 높이 닿았습니다. 언제서부터인가 부부 나무 같기도 합니다. 비슷한 두 구르의 나무가 서로 많이 닮아서 그 자리에 다정하게 서있습니다. 그 뿌리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서로를 땅밑에서 꼭 부여잡고 놓지 않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그 두 그루의 우람한 나무의 사랑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습니다.





사람 친구야, 


언제든 내가 필요하면 


의지하고 기대고 싶으면


찾아오게나! 


나는 언제나 이곳에 이 자리에


자네를 기다리겠네. 


나는 그래도 내 아내와 


함께 있으니 걱정 마시게. 


결혼하여 함께 살고 있으니


외롭지 않으니, 


자네를 품어줄 수 있어. 


세상의 모든 외로운 사람들


내게 와서 내 줄기에 손을 얹어 보시게. 


그것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손길이 서로 치유가 될 수 있다면


나무 줄기 온도는 언제나 변하지 않으니..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지 않고 언제나 이 곳에서 기다림세..


- 호프맨작가, 나무의 속삭임 해석






하단은 베트남에 사는 호프맨 작가 유튜브에 2년 전에 올려놓은 내 친구, 호찌민시의 나무 동영상입니다. 


미숙하지만 순진한 호프맨작가의 유튜브랍니다. 피아노 연주도 보실 수 있답니다. 


  https://youtu.be/b3NC_0TZ8bs








다음 편에는 이 웅장하고 건장한 부부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거대하고 건강한 거인같은 이 나무 친구에 마음의 빚을 많이 졌지만, 언제나 품어주는 아낌없이 베푸는 이 나무 친구에게 고맙습니다. 그래도 이 두 부부 나무가 서로 나란히 잘 살고 있어서 든든하답니다. 우리 부부들도 그렇게 살아보아요! 서로 나란히, 의지하면서, 우리 친구들도 그렇게 살아보아요! 힘들 때 서로 품어주면서..... 곧 다가올 8월의 첫째주 싱그러운 여름이 가득한 소식을 머금은 사랑 가득한 여름바람을 맞으면서 꿈이 이루어지는 행복을 상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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