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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Mar 08. 2024

100-5, <인생수필> 고개 들어 하늘을 보라!

황혼이 아름다운 하늘을 준비하다. 

2

어린 시절, 하늘을 보면서 상상에 빠져버린 꼬마 아이가 생각납니다. 


그 아이는 하늘의 울긋불긋한 빛이 새어 나오는 구름 사이에 후집고 들어가곤 했지요. 


그 빛이 영롱하여 천사가 내려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 하늘이 신비로와서 세상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줄 것 같았어요. 


그 아이는 땅보다 하늘을 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어린 왕자나 피터팬이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는 꿈도


하늘에서 비상착륙하는 날개 잃은 천사로 하염없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악몽도 꾸었습니다. 




그 아이가 성장하여 소년이 되었을 때, 하늘은 여전히 보듬어줄 것 같았지요. 


그 소년이 성장하여 청년이 되었을 때도 하늘은 따뜻하게 보살펴줄 것 같았지요. 


그렇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청년은 살아가는 땅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은 무심하게 변한 것이 없는데, 청년의 마음만 하늘에서 멀어져 갔던 겁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사회인으로 사냥터에서 생존해야 하니까, 


어른은 그렇게 하늘 없이도 독립해야 하니까요. 




어른이 되어버리자 어린 왕자도 피터팬도 모두 허망한 것이라고 믿어버렸습니다. 


그렇게 20대, 30대, 40대가 지나고 그의 자식이 청년이 되고 말았을 때, 


하늘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하늘을 바라보고 숨을 쉬었습니다. 



그가 깨달은 것을 적어봅니다. 하늘이 다시 들여준 그 인생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하늘을 바라보려면 땅에 굳세게 버티어 있어야 합니다. 


일하다가 하늘을 보면서 한숨도 짓지만, 치유도 받습니다. 


힘들지만 꿋꿋하게 버티어 서있는 하루 몇 번씩 하늘에서 힐링을 받게 됩니다. 


땅에서 두 발로 이동하는 사람은 하늘과 이어진 꿈의 상상을 먹고 살게 되지요. 


현실적인 땅과 이상적인 하늘이 조화롭게 우리네 삶에 두 축이 됩니다.  





2월 고향방문 마주한 이 하늘 너무 아름다워서 이 글을 메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려서는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는 것을 상상하지만, 


살아보니 언제나 구름이 떠가기 마련입니다. 


새파란 하늘을 기대하지만, 하늘 색깔이 늘 새파랗지 않습니다. 


하늘은 변화무쌍하고 각기 다른 날씨가 하늘에 그려집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궂은 날씨 맑은 날씨 구름 낀 날씨 모두 이유가 생깁니다. 


구름 없이 새파란 하늘을 보아도 비현실적입니다. 


우리네 삶도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면역력 없는 미성년자 아이 같습니다. 


구름 낀 하늘을 닮아야 우리도 강건해집니다.  


오색빛깔 하늘에 구름마저 떠갑니다.




하늘은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창공입니다. 그곳에 이를 수 있기를 인류 역사는 탐구하여 왔습니다.


이미 달나라 왕복선과 화성 탐사선이, 또 태양계를 넘어간 보이저가 인류의 하늘을 탐사한지 오래입니다. 


SF 공상과학 영화와 소설은 은하계를 무대로 인류의 확장을 노래합니다. 


그럼에도 과학자가 아닌 우리가 하늘을 보면서 아직도 인지보다 상상이 먼저 발휘되는 것은


너무도 인간적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상상력의 생명체입니다. 


신이 준 선물 중에서 신을 뛰어넘는 것이 사람의 상상력입니다. 


이제 그 상상력의 힘은 하늘(우주)에 닿고 넘어서고 맙니다. 









이맘때쯤 고향 하늘, 어렸을 때 뛰놀던 동산의 하늘은 아득합니다. 


졸업하고 처음 사회인이 되었을 때 그 푸른 기운의 하늘들은 지나간 추억입니다.


이제 더 이상 동심 어린 상상의 하늘, 철부지 만용의 하늘이 아니지만, 아직도 미련이 있어서


어린 왕자의 꿈과 기대 가득한 하늘을 찾아보게도 됩니다. 


      



중년이 되어 하늘은 동심보다 구체적인 희망과 용기가 됩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많지만 세월이 늙어버린 하늘을 바라봅니다. 


결실의 하늘, 열매가 주렁한 하늘, 평안한 하늘을 고대합니다.


오랜 꿈과 희망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는 하늘이기를 바랍니다.   




동양 철학에서 


하늘은 남성적이고 땅은 여성적이라고 합니다. 


하늘이 주는 씨앗이 땅을 통해서 잉태되고 생명이 성장하게 되는 것을 비유한 것이겠지요. 


하늘의 빗물이 개울이 되고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가는 순환에 대자연이 생동감 있게 살아있다는 얘기지요. 살아온 세월 속 하늘을 얼마나 닮아서 바다에 이르렀는지 짚어보게 됩니다. 


이룬 것이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사람은 욕망의 생명체인지라 부족하여 하늘에 탄식하게 됩니다.


남자들은 왜 땅에는 기도하지 않을까요? 왜 땅에는 바라지 않을까요? 


여자들은 이 땅에 뿌리내린 그곳이 하늘이 되어버립니다. 


남자와 여자, 하늘과 땅이 순환하는 세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루를 마치고 해몰이 이 순간 '오늘 하루가 인생 같았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고백은 기도가 되고 그 기도가 하늘에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생깁니다. 


기도를 하면 늘 우러러보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흘러갑니다. 





하루를 마치고 난간 위에서 해가 떨어지기 전 그 순간의 불꽃을 만납니다. 


인생도 그렇게 수그러들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늘이 알려주는 인생은 일몰과 같은 것일까요? 


마지막으로 붉다 못해 눈부신 황금빛으로 눈을 물들이고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늙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소원은 '인생의 황혼이 아름다운 하늘을 맞이하는 겁니다.' 




난간 위 경계선에서 넘어가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래도 석양의 태양은 그렇게 공평하게 하늘을 보여줍니다.


하루치가 모여 인생을 이루는 애씀이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펼쳐지는 하늘입니다. 


언제인가 저 하늘에 솔직하게 고백할 순간을 기다립니다. '나의 삶이 꽤 괜찮았다고'...  









하늘의 빛은 색깔을 빚어냅니다. 한 가지 색만 만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이가 들면서 발견해 내는 하늘은 오색빛깔입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 오색빛깔입니다. 


심지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경계의 흐릿한 공의 빛깔입니다. 


이는 노자의 공과는 다른 것이기에 더 끌립니다. 


황금빛깔의 새벽빛부터 일몰의 빛까지 하루의 하늘에다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이제 밤하늘에 얽힌 살아온 무용담을 별들에게 물어봅니다. 


별들을 띄워놓은 밤하늘은 바다보다 깊은 검푸름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별밤은 덤으로 사는 인생과 같습니다. 


잠들기 전에 만나는 밤에 별꽃이 피어난 것을 숨 막히게 마주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불꽃처럼 사랑하고, 우리 삶을 미치도록 사랑합니다. 


해가 진 후에 찾아오는 덤의 시간, 밤은 꼭 잠들라고 하지 않습니다. 


상상한 것 이상의 모두를 밤하늘에 투척하라고 합니다.  


오늘도 고개 들어 하늘을 보라, 영혼은 빨려 듭니다.


죽는 날까지 그 영혼이 하늘만큼 성장하기를 소망합니다.   









밤이 되어 까맣게 변한 하늘이 보이지 않아도 별빛, 달빛을 만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른이 되어 하늘이 주는 깨달음은 더 이상 어린 왕자도 피터팬도 아닙니다. 


그 안에 해돋이, 해몰이가 있고 별빛과 달빛이 있는 대자연입니다. 


상상보다 더 가슴을 움켜쥐는 살아온 세월이 담긴 대자연이 하늘입니다. 


그런 하늘을 만나는 것이 다행입니다. 시커만 빛깔이 아니고 깊이를 품은 검푸른 희망입니다. 




어린이가 바라보던 막연하던 예쁜 하늘은 행운의 징조가 아니었지만 고운 꿈이었습니다. 


살아온 스토리가 구체적으로 펼쳐져 있는 하늘이 되어야 복입니다. 


인생이 담겨있는 그래서 세월이 축적된 무게 있는 하늘입니다. 


중년이 되어버린 하늘은 그렇게 무겁기도 합니다. 


자꾸만 중력의 힘으로 쏠린 땅에 미련을 갖게도 합니다. 


그 하늘 아래 살아가는 것이 무거운 책임감이 됩니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어린 왕자와 피터팬을 담았던 그 아이가 


그 하늘에 흘러갑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하늘입니다. 


쓴맛, 단 맛, 씁쓸한 맛, 달콤한 맛이 오고 가는 인생은 무지개 빛깔 하늘을 닮아갑니다. 


결국 모두가 하늘나라로 오르기 위한 여정을 별빛 햇빛의 속도로 항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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