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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맨작가 감성 수필>사람도 강변의 수초처럼

호프맨작가창작시 수초 물의식물


강물에 떠다니는 수초는 살아있는 식물일까?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을 해봅니다.


흙바닥에 디딜 뿌리가 없기에, 또 저렇게 강물을 떠다니기에 살아있지 않은 유령 식물이라고 착각하였던 겁니다. 정말 편협한 시야로 본 것이지요.




하지만, 수초 역시 일반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하고 번식하는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이렇게 백과사전에도 명시되어 있는 생명체입니다.



심지어 물 위를 떠다니는 수초는 뿌리가 강바닥에 고정되지 않고 물 흐름에 따라 이동하여도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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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수초들이 강물 위를 떠다니는 모습이 또 다른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감동을 받아서 시를 지어보게 됩니다.







뿌리 없이 흘러 다니는 물의 식물


강물이 디딜 흙이요,


햇살이 영양분이니


지닐 것도 움켜잡을 것도 없는


그대의 이름, 수초


저리도 유랑하니 물처럼 떠가는 생명


지킬 것 가질 것 욕망 없이


그대로 수행자 식물이로다


그 길 끝자락 이 생애 끝


다시 만나자꾸나


호프맨작가 <물의 식물>







사람은 수초처럼 살 수 없습니다. 언제나 두 다리로 디딜 땅을 가지고 집을 짓고 살아왔기에 강물처럼 살 수 없는 사람의 생애입니다. 언제나 움켜잡고 싶은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지키고 싶은 인연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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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물의 식물이 될 수 없습니다. 지켜야 할 목숨 같은 것들이 너무 많고, 가지고 싶은 욕망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행자들에게 주어진 숙명은 그 모두를 놓고 떠나라고 하는데요. 우리 범부들을 그리하지 못합니다. 지닐 것도 움켜잡을 것도 많은 보통 사람들의 생애는 그렇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언제인가 이르게 되는 이 생애 끝에는 수초도 사람의 생애도 만날 수 있으려나 생각해 봅니다.


오르페우스가 연주한 곡으로 감동시킨 강,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그 아케론 강, 불교의 삼도천을 생각해 봅니다. 그 강어귀에서 수초도 사람도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그렇게 상상해 봅니다.




다시 정신 차리고 현실에 돌아오니, 강물은 강물이요, 떠내려간 것은 수초뿐만 아니라 컨테이너 선박, 허름한 어부의 배도 흘러갑니다. 그 강물에 물고기들이 펄떡거리니, 살아있는 세상은 바삐 흘러갑니다.


디딜 흙이 없는 사람의 유랑도 물의 식물의 그것도 모두 바삐 강물에 떠내려가는 존재가 됩니다.


그럼에도 이 생애 끝 한 가닥 희망의 뿌리를 내리고 싶은 욕심도 부려봅니다.



호프맨작가는 만 25년 해외살이 끝이 보이지 않지만 아직도 흘러가야 할 타향의 강물에 몸을 맡기네요.


수초처럼 살렵니다. 흘러가는 어느 곳에 나의 영혼을 박고 글을 띄우며 시를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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