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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Mar 16. 2024

가장 낮은 생명체 푸른 초원 잔디 고맙네요.

베트남 호치민 센트럴파크 여름나라 공원에서


세상에서 가장 낮은 식물은 잔디입니다. 가장 밑바닥에서 자라는 식물, 우리가 밟고 걷게도 되는 식물의 잔디를 바라봅니다. 여름나라의 초원을 이룬 잔디공원에서 새벽을 맞습니다. 


이곳에 빛으로 오는 새벽은 모든 생명체에게 영감이 됩니다. 그 새벽에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도 또 사람들에게 눈으로 촉감으로 초록 풀냄새로 선물로 주는 잔디에게도 똑같이 영감입니다.  



어떻게 잔디 풀숲을 즐기는가는 각자의 몫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잔디 위에서 맨발로 뛰면서 행복한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들에게 공놀이가 함께 할 수도 있고요. 잔디에 휘감기는 맨발의 촉감이 그들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고 평생 기억할 추억이 될 겁니다. 


청년들, 젊은이들에게 춤을 추고 율동을 하는 곳이 되어 줍니다. 요가를 하는 여인들도 있습니다. 


반려견들과 산책 나온 사람들은 그들이 한 커플이 되어 잔디 풀숲을 뛰어다닙니다. 


연인들, 친구들, 가족들은 연을 날리거나 잔디 풀숲에 둘러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모두가 잔디 풀숲에서 치유되고 넉넉한 마음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사람들을 모두 감싸주던 분주한 하루가 지나고 새벽에 홀로 잔디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는 떠오르는 태양빛이 여름 나무들 사이로 올라오고 있었지요.     


잔디 풀숲이 맞이하는 새벽의 빛깔이 대비되어 황홀경에 빠져듭니다. 

















새벽이 아름다운 것은 석양이 지는 하루가 마감되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공원이 고마운 것은 아무도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나라가 아름다운 것은 고국, 고향이 강건하게 우뚝 솟아있기 때문입니다. 


3월이 아름다운 것은 고향에 봄이 오는 것을 멀리서도 느낄 수 있기에 사는 것이 고맙습니다.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소중함은 이렇게 아름다운 떠오르는 태양이 비치는 새벽, 공원의 여유, 


푸르른 생명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게 살아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요! 



나만의 일요일이 행복한 것은 내일 월요일부터 일터로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오늘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기 때문에 휴일은 더없이 행복합니다.



그런데 질문을 해 보았어요. "저 초록의 잔디 풀들도 행복할까요? " 


저들 낮은 키의 생명체들은 햇빛과 흙, 빗물로 살아가는데 충분한 겸손의 미덕을 아는 생명체들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을 나누어주는 존재들이라고 믿어봅니다. 



잔디는 밟힘을 당하는 생명체인데요, 간헐적 밟힘은 사람들을 위한 희생이겠습니다. 


하지만, 잔디를 지속적으로 밟으면 죽게 됩니다. 잔디의 뿌리가 손상되고 토양이 압축되어 잔디의 병충해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 잔디는 단 하룻밤의 휴식 동안만 사람들의 밟힘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새벽부터 잔디 수풀을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잔디의 폭신함과 생명의 향기를 나누어줍니다. 


아낌없이 주는 공원의 초록 생명체에 의존하여 내면의 나와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그 푸른 풀 내음이 가득한 새벽이슬에 촉촉한 초원에 앉고 싶어졌습니다.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가 개방된 잔디 풀숲에 앉아서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호흡에 밀려오는 바람이 온몸을 초록으로 채웁니다. 잔디와 완벽하게 한 몸이 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앉아 있는 법을 잔디에게 배웁니다. 



그곳을 찾는 다른 생명체들 - 새들과 잔디를 공유하였습니다. 새로운 하루가 펼쳐지는 그곳에서 태양의 빛줄기가 스며드는 그 순간들이 살아가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초록 잔디의 초원과 다른 차원의 푸르름을 보여주는 하늘과 나란히 기대어 봅니다. 하늘과 사람과 흙을 머금은 잔디와 마주치지 않는 평행선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초록 생명체들이 누우면서 엉덩이에 발바닥에 부딪치고 만나는 조화가 이루어지는 기적을 바라봅니다. 사람과 식물이 만나는 기적의 촉감은 행복하였습니다. 



흙과 풀숲 위에서 살아있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것을 너무도 짧은 순간이었지만 


충분히 가슴에 담아옵니다. 


여름나라의 초록 잔디 공원이 고맙습니다. 일 년 내내 변하지 않는 그 잔디밭에 고맙습니다. 


이렇게 숨 막히도록 내 마음을 열리게 하는 그곳에 나의 호흡을 남겨 두고 옵니다. 










아직 명상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명상 강의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호흡할 때, 물을 채우고 비우는 연습'을 하라는 겁니다. 


그렇게 상상해 봅니다. 흐흡을 하면서 초록빛 잔디 숲을 내 마음의 정원에 깔아놓는 겁니다.  


그것이 명상을 위한 자세를 배우기보다도 '나를 알아가는 순간'이었으면 합니다.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시작하여 호흡마저 멈출 수 있는 단계에 이르는 명상도 


나를 알아차림이 안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그 순간 일체의 비판적 판단을 중단합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 이 순간을 집중하게 됩니다. 


감정을 조절하여 평정심을 유지하는 마음 챙김으로 이동합니다.  고요한 새벽, 초록 잔디 숲 위에 앉아서 눈을 감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요일이 아름다운 것은 다음날 이 초록공원에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다른 시골 도시의 머나먼 일터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퇴근 후 저녁시간이라도 다시 흙 내음 가득한 풀, 잔디를 찾아보려 합니다.


일요일의 추억이 영감이 되어 6일 동안 생명의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식물들에게 가장 높은 생명의 에너지를 배웁니다. 


가장 낮기에 세상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고 수용할 수 있음을 배웁니다. 


흙을 가장 가까이서 품었기에 흙을 온몸으로 보호하는 잔디공원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납니다. 


포장도로 콘크리트 벽안에 살아가는 사람은 흙과 풀숲을 밟은 기억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일요일 휴일 공원에서라도 흙, 풀숲이 우거진 초원에서 대자연과 하나로 호흡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 지난주 일요일에 메모에 적은 글을 옮겨 왔습니다. 


내일 일요일 새벽에 똑같이 잔디 숲에서 나를 알아차림을 연습하려 합니다. 


24시간 전부터 벌써 설레는 나는 이미 잔디 숲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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