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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고향 서울 남산의 봄, 여름, 가을..겨울

호프맨작가의 남산 창작시


한 걸음 한 걸음이 이렇게 달콤할까요! 휴가 기간 중 가을날 모든 순간들이 감미롭습니다.


고향에 돌아와서 남산의 한 호텔에서 귀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소중한 분들이기에 또 그분들이 원하는 만남의 장소였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그 호텔 로비로 걸어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발걸음은 주저하면서 자꾸만 눈길을 빼앗기는 남산의 매력에 온통 마음이 빼앗겨 버렸습니다.



파란 하늘에 하얀 새털구름이 떠가는 그곳에 무심한 남산 타워가 솟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남산의 하늘은 깊어가는 가을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축제였습니다.


남산은 많은 얼굴을 가진 서울의 상징, 고향의 산입니다.


그 안에 이름난 맛집들, 카페들부터, 호젓한 산책길, 숲속의 공원들, 그리고 고급진 호텔들의


격조 높은 만남의 장소들까지 남산의 다양한 얼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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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남산에는 저에게 많은 추억들도 있습니다.


지금의 아내와 함께 들락거리던 남산 도서관 - 공부보다도 데이트가 우선이었던 그 시절..


저의 인생의 꽃 같은 봄이었습니다. 그곳의 남산은 삶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고향에 방문하면 즐기던 남산의 산책길에서 세월이 흘러가는 우리 부부의 지난 시절..


그리고 외동딸의 사돈집안과 예의를 갖추어 상견례하던 장소까지..


남산은 저의 가족에게 이제 잊지 못할 삶의 희로애락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가을 끝자락 고향을 떠날 때는 한없이 아쉬운 남산이지만,


돌아올 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남산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대로입니다.



늘 가을의 계절에 돌아오기에 남산은 한 해를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수년간 눈 쌓인 남산은 만나지 못하지만, 봄, 여름, 가을을 보내는 남산의 얼굴을 만납니다.


눈이 덮인 남산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고향에 완전히 돌아와서 보라고 남산이 울컥 전해주는 아스라한 미련입니다. 그렇게 수십 년간 남산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삶은 깊어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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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가을날 남산의 하늘은 새털 하얀 구름을 입은 얼굴로 너털웃음을 보내주었습니다.


고향의 남산, 잠시 다녀가는 나그네라도 품어주는 넓고 깊은 마음이 곧 떠나가는 사람도 평안해집니다.


남산이 품어주는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는 그렇게 언제나 희망을 약속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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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남산은 10대, 20대, 30대 그리고 20년간 해외살이를 걸쳐서 50대에 다시 만나게 된 세월의 궤적을 안고 있습니다. 서울의 남산은 사실 우리의 어린 시절부터 불러온 애국가의 그 산입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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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힐튼호텔이 역사의 뒤안길로 가버린 것을 아쉬워하던 크리스마스 성탄절의 추억이 담긴 남산..


어린 딸을 데리고 남산 힐튼의 성탄절 장식들을 만나던 20여 년 전의 추억도 새록새록 합니다.


남산의 겨울은 언제나 힐튼 호텔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미니열차 장식들을 보고 행복에 뛰어다니던


어린 딸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족들이 성탄절 품에 안긴 겨울이 그렇게 아늑할 수 없었습니다.




남산 정상에 놓인 여인들의 열쇠고리 다발들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사랑의 장소도 걸었던 기억이 솟아납니다. 그곳에 남겨둔 수많은 젊은 날들이 남산에 묻혀있는 것이지요.


그곳의 남산은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절정이었습니다. 사랑도 삶의 열정도 여름의 왕성한 기운으로


구비 쳐 흐르던 남산의 기운을 받아서 영롱하게 빛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시 돌아올 남산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돌아올 고향의 상징 같은 곳, 이곳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얼마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곧 다시 바다 건너 일터로 떠나가는 저는 기쁘게 헤어집니다.


왜냐하면 성실하고 꾸준하게 살면서 고향으로 남산으로 돌아오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돌아올 이유들이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수십 년 살아온 추억을 담고 있는 남산이 있기에 돌아올 겁니다. 돌아올 날을 위해서, 이렇게 시인의 언어를 빌려서, 벌써부터 헤어질 준비합니다.







남산은 그저 산이 아니다


그 산은 소꿉 놀이터였고


사랑을 알려준 셰익스피어의


대본처럼


연인들의 로맨스였다



가보지 않은 산 그림 속 산은


그저 상상의 피라미드 밋밋하다



온 생애로 겪어낸 우리에게


남산은 세월이 낱낱이 그어지


굴곡진 얼굴이다



돈키호테처럼 세상을 떠돌아도


돌아올 고향이다


세월이 박물관처럼 깊어지는


우리의 산




남산은 마음속 나침반


변함없이 그 자리의 등대다


희로애락 사계절 보낸


흔들리는 중년을 밝혀준다


<호프맨작가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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