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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Mar 23. 2024

100-20, 모든 이브의 꿈 사과

아내는 화가 아니 서퍼의 꿈 부부의 꿈을 위해서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아내와 세상에서 가장 꿈이 많은 작가 남편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 부부의 사랑은 가장 현실적인 세상과 꿈이 많은 세상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화합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하였던 것은 현실적인 아내의 세상이 늘 몽상가 남편을 경계선 안에서만


꿈을 꾸도록 하는 프로젝트의 연속이었습니다.  


금실 좋은 부부의 세상은 서로 상의, 타협하고 함께 꿈을 꾸어야만 하는 법칙이 존재합니다.  






두 세상은 결혼 30년째를 향해 가까이 가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습니다. 


그토록 현실적인 아내도 꿈을 꾸기 시작한 겁니다. 아마추어 화가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였답니다. 


아내는 겉으로는 수다를 떨기 위해서 그림 학원에 간다고 하였습니다. 


학원의 엄마들과 한주에 한 번씩 만나서 그림을 그리면서 수다를 떠는 재미로 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림에 진심이었습니다. 그 세상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무채색의 현실에


오색빛깔 화폭을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자식을 키워내고 은퇴를 앞둔 남편을 챙겨주던 결혼 30년째, 아내는 정말 화가가 되려나 봅니다. 


아마추어 화가로 집안에 붓을 모셔다 둔 공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내의 마음처럼 부드럽고 가지런한 붓의 숱이 고아서 소중하게 살펴보게 됩니다. 





둥그렇게 동그라미 형태의 붓,


사선으로 붓의 숱이 끝이 뾰족해진 붓,


넓고 납작한 붓의 숱이 넉넉한 모양의 붓,


이렇게 새로 장만한 붓이 아내의 삶과 마음을 닮은 것 같습니다. 



둥그런 모양으로 아내의 모나지 않는 마음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을 그렇게 지켜온 엄마, 아내의 마음은 갸륵하도록 정이 넘쳐납니다. 


겉으로는 전술적으로 뾰족하게 얘기하지만 늘 둥그렇게 모아주는 섬세한 그 마음도 보입니다. 


널찍하고 납작한 붓의 숱은 가족들의 일상을 빠뜨리지 않고 채워주는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합니다. 






남편의 세상에는 어려서 흐릿한 기억이 있습니다. 


어려서는 고리타분하다고 여긴 할아버지의 서예 붓글씨 교육 시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그 시절, 시골의 서예 학당, 교장선생님의 서예 사랑을 위한 


붓글씨는 붓을 가까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먹을 먼저 갈아야만 하였고 먹을 가는 자세가 곧 붓글씨의 캘리그래피의 시작이었습니다. 


"네가 다 자라면 붓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예언같은 이야기가 꿈결처럼 들리기도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 남편은 붓글씨의 자세만 익혔지 스스로 즐길 줄 몰랐고 이내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붓을 잃어버린지 자그마치 50여 년이 지나서 아내에게 다시 붓을 찾았습니다. 


아내의 붓은 억지로 분칠하는 것이 아니고, 떡칠은 안 하며, 사뿐하게 감기는 그녀의 삶과 같습니다. 


현실적인 철학에 낭비하지 않고 다정함이 넘치게 가족들을 포옹하는 그녀의 삶과 같습니다. 


이제 아내는 중년입니다. 아티스트로 인생 이모작을 활짝 피워가는 아내를 응원합니다. 


부부의 꿈, 나의 꿈도 그렇게 영글어갑니다.  









50대 중년이 된 아내는 화가입니다. 붓을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말리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중입니다.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아내는 아마추어 화가입니다. 


붓을 사랑하는 아내는 그렇게 남편의 세상과 조화를 이룹니다. 



붓이나 펜 대신에 타이핑으로 글을 적어가는 남편에게도 커다란 영감을 줍니다. 


남편의 세상은 디지털 글짓기의 세상이고, 아내는 손수 손끝에 붓을 만져야 하는 그림의 세상입니다.


제아무리 AI 이미지가 세상의 판을 흔들어놓아도 나는 결코 아내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아내의 그림을 끝까지 지키면서 소중하게 그 붓들을 간직하겠습니다. 


아내의 그림을 사랑합니다. 그녀의 삶을 사랑하기에 그녀의 꿈을 사랑합니다. 





지금부터 반전 스토리입니다. 아내의 다른 꿈이 생겼답니다. 


서퍼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녀와 함께 연애시절 감상한 영화 <폭풍 속으로>의 


페트릭 스웨이지와 키아누 리브스의 서핑 장면은 무려 3십여 년 전인데.. 


아내의 꿈속에 서퍼의 꿈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겁니다. 


아티스트 아내는 바다의 서퍼로도 꿈을 확장시키고 있었던 겁니다. 


돌아오는 휴가철에는 아내를 위해서 서핑을 배우려고 합니다. 


운동 체질이 아닌 남편은 아내의 서핑 성공을 위해서 바다로 가려고 꿈꾸게 됩니다. 


그녀의 꿈 곁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남편으로 여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위의 스토리는 소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도 될 수 있겠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엄마가 중년이 되면 잊어버리고 숨겨놓았던 꿈을 되찾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오히려 사회생활로 바깥일에서 세상밖에  풀어버렸던 중년의 아빠보다 엄마들을 집안 깊숙이 꿈을 더 감추어 놓았을지 모릅니다.  



 


아주 오래전 태초에 아담은 현실적이고 제한적인 규정에서 살기를 원했던 남자였지요. 


하지만, 호기심 많고 유혹에 약한 이브의 사과를 건네받고 두 부부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는 태초의 이야기에는 명쾌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남편들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브의 사과는 모든 아내의 꿈이었던 겁니다. 


남편은 아내의 사과를 먹어야 하는 운명이고, 거친 세상 속으로 함께 던져지더라도 두 부부가


겪어야 할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두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살라는 교훈입니다.  그 운명을 피하지 말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기꺼이 아내가 찾아낸 사과를 위해서 살 작정입니다. 그녀를 믿기 때문입니다. 


언제인가 남편이 찾아낸 다른 사과도 함께 나누어 맛보고 싶습니다. 


살아가야 할 시간들은 서로의 사과 - 부부의 꿈을 위해서 응원, 공감하고 후원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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