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완벽한 그림을 그리고서 시작하려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중요한 부분인 것은 맞지만 완벽만을 고집하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을 갖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페이스 북'또한 지금의 모습이 아닌, 학교 친구들끼리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졌었습니다.
그것이 수정하고, 고치고, 발전하여 10억명의 이용자가 가입한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가 되었죠.
오늘은 '완벽함을 갖추기보다는 우선 실행을' 이라는 주제에 책사모를 녹여 이야기하겠습니다.
책사모의 처음 모습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오늘날에는 30~40명의 회원이 매 주 같은 책을 읽고 토론을 갖습니다.
자기소개를 하고, 책 소감을 한 번씩 나눕니다.
장소도 강남역 4번 출구 스터디룸으로 동일하고 끝나고는 뒤풀이를 갑니다.
이렇게 시스템이 구축되어 108번째 모임까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체계적으로 되어서 눈을 감고도 다음 스텝이 보이죠.
책사모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느냐?
아닙니다.
처음에는 아주 어설펐습니다.
모임 형태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죠.
1회 때는 각자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제가 가져갔던 책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었습니다.
6명이 모였는데 모두가 다른 책을 가져왔고 이 책을 왜 읽었고 무엇이 좋았는지 설명합니다.
장소는 지금과 같은 스터디 룸이 아니라 투썸 플레이스 카페였습니다^^;;
이렇게 몇 회 진행하다 보니 문제점이 보이더군요.
서로 다른 책을 읽어 오므로 공감이 부족하고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죠.
질문 몇 번 하다가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때는 개인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마술을 보여주던 분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이런 문제점이 보기자 '각자 좋아하는 책 읽고 토론하기'를 접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진행했던 것이 '찬반 토론'이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거기서 주제를 꺼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은교>를 읽어와서 '할아버지와 소녀의 사랑을 허용할 수 있는가'를 했었고요.
<타인의 고통>을 읽어서 진행하기도 했으나 주제를 잘못 뽑아 진행이 안되기도 했었죠.
그리고 동성애에 대한 토론까지 했었습니다.
동성애는 조금 위험한 주제였습니다.
모임에서 눈물을 흘리는 분까지 있었죠.
이렇게 찬반 토론을 몇 회 진행해보니 우리의 소양이 부족한 것이 보였습니다.
토론을 전문적으로 해본적이 없고, 배우적도 않았으니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진행까지 무리가 있었죠.
패널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읽고 자신의 주장을 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당일 취소도 많았구요..
그렇게 또 토론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운영진과의 여러 회의 끝에 정통 독서모임과 같이 동일한 책을 읽고 토론을 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1회 <어린 왕자>로 시작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모임을 가졌었죠.
회원들의 반응이 좋아서 '세계 고전 문학'을 파헤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해보니 또 문제가 생깁니다.
<죄와 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같은 고전 문학을 일주일 만에 읽고 정리한다는 게 무리가 있었습니다.
매 주 책 읽기도 힘든데 난해한 고전을 읽어오라니... 터무니없었죠.
그렇게 '세계 고전 문학'을 잠시 덮어둡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 역사, 철학, 소설, 과학 등의 책을 골고루 다루게 되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회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나올 수 있는 결과였죠.
지금은 정착되어 출근하듯이 당연하게 독서모임에 나갑니다.
책사모가 현재의 모습까지 오는데 2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처음부터 동일한 책을 읽고 모임을 갖지도 않았습니다.
실행해보고 문제점 발견하고, 피드백받고, 고쳐나가고를 수 없이 반복해나갔죠.
사업을 하든, 프로젝트를 하든 완성된 모습이 나올 때까지 실행으로 못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체성이 아직 없다거나, 브랜드가 안 됐다던가, 이게 과연 될까? 등의 고민으로 말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개념과 방향성을 잡고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래야 체계적일 수 있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완성된 모습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민에는 끝이 없고 100%의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정체성이 생기고 브랜드가 만들어집니다.
오늘 고민 한 건 내일 또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뤄지다 보면 추진력이 약해집니다.
결국 흐지부지하게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은 다른 누군가가 또 생각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실행으로 옮기는 자가 선두주자입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리를 걷는 동안 잠은 어디서 자고,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밥을 먹고, 몇 시에 쉬고, 몇 시에 걷고, 며칠에는 어디에 있고를 다 짜고 시작한다면 출발자체를 못할 수가 있습니다.
우선 걸으십시오.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