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윤석 Sep 17. 2016

3년 전 그 날, 책을 읽게 된 계기

2013년 9월9일 '책사모'의 첫 독서모임을 가졌다. 구체적인 커리큘럼도 없고 체계적이지 않았으며 장소조차 마땅치 않았으나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모임을 열었다. 다행히 독서모임을 한다고 알릴 곳도 없었는데 5명이 모여 정상적으로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첫 모임에 5명이 왔다는 것은 두 번, 세 번 모임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현재의 책사모와는 다르게 첫 모임에서는 각자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 소개하는 것을 주제로 했다. 예상대로 다양한 책과 다양한 소개를 주고 받았다. 인사와 함께 각자 가져온 책을 소개하고 왜 이 책을 가져왔는지 설명했다. 듣는 사람은 그 책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인사, 소개, 공감, 경청으로 책사모가 시작 되었다.


내가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5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따라 서울에서 하우스 메이트를 들어갔는데 배정에 실수가 있어 2살 많은 형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낯선 사람과 같이 쓴다는 것이 내키진 않았지만 이왕 쓰게 된 거 즐겁고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 


하우스 메이트로 들어간지 일주일쯤 되었을쯤 저녁에 룸메이트가 "윤석씨는 꿈이 무엇인가요?"라는 말을 걸어왔다. 뚜렷한 꿈이 없었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기에 '부자'라고 답을 했다. 왜 부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큰 집도 사고 싶고, 차도 사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옷도 사고 싶어서라고 답하니 자신도 부자가 꿈이라며 자주 이야기 나누고 책도 읽자고 했다.


이야기 하는 것은 좋아했으나 책 읽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러자고 했다. 다음 날 룸메이트는 재테크와 돈에 관련한 책을 몇 권 빌려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부자가 되는데 책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지만 왠지 믿을만한 사람으로 느껴졌기에 그대로 따랐다. 


역시나 완독 하기란 정말 괴로웠다. 억지로 읽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부자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돈과 관련 된 이야기가 들어있어 그나마 흥미롭게 읽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권해주는 것을 읽다보니 직접 책을 골라보고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하고 서점에 발을 들였다. 


빠르진 않지만 꾸역꾸역 읽어나갔고 공감가는 부분이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줄을 긋고 룸메이트와 의견을 나누었다. 대부분 내가 물어보고 그가 답변했다. 이것이 나의 첫 독서토론이었다. 


계속해서 돈과 관련한 책을 읽다보니 문득 다른 사람은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했다. 나의 꿈은 부자라고 했으니 돈에 관한 책을 읽었다면 다른 사람이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살던 하우스 메이트의 책장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학원을 준비하던 친구는 교육에 과련한 책들이 있었고, 컴퓨터를 좋아하던 사람의 책장은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람마다 읽는 책, 읽고 싶은 책이 다르고 같은 책을 읽어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룸메이트와의 독서토론에도 한계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더 깊은 토론이 필요했다. 그래서 독서모임을 찾게 되었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게 된 계기이고 독서모임에 다니게 된 계기이다. 아마 하우스 메이트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책을 읽지 않았거나 더 늦게 읽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서모임(책사모)을 운영하게 된 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