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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석 Feb 08. 2020

사라진 언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정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일이 잦아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정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일이 잦아진다.

평소에 애먹지 않고 사용하던 단어가 약에 쓰려하면 보이지 않는 개똥처럼 아무리 생각하려해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나 아직 안 죽었어’라는 자존심과 기계에 지고싶지 않다는 본능에 검색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든 떠올리려 뭐였지? 뭐였더라?를 남발한다.


그렇게 떠오르든 떠오르지 않든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때마다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잡힐듯 잡히지않는 기억력이라는 얄미운 꼬리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퇴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입증이 되었다.

신체적인 능력 뿐만 아니라 뇌 또한 조금씩 죽음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도의 길을 걸었다면 더욱 넓은 단어의 바다에 몸을 던졌을테고 깊숙히 잠겨 허우적 대다보면 평소에 잡히지 않던 단어까지도 어깨에 매단 체 나올수 있을 것이다.

잡은 단어는 새로운 맛을 내는 언어로 요리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는 것은 발만 촐랑촐랑 담갔거나 뭍으로 조심조심 걸은 것이 분명하다.


암기법을 보면 반복학습이 답이라고들 말한다.

여러가지 암기 기술이 있지만 그중에 으뜸은 자주 사용하고 자주 보고, 자주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라고 한다.

미루어보면 대화중 단어가 생각나지 않은 것은 그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는 방증이 된다.

자주 쓰지 않은 것은 다시말해, 말을 하는 일이 줄었거나 쉬운 단어의 집합으로만 대화했다는 것이 된다.

좋은 반복과 덜좋은 반복이 있다면 덜좋은 반복을 반복해왔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에 따른 기억력 감퇴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순리이다.

그렇지만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만나고 느끼고 도구화 할 수 있는 것 또한 놓칠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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