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혼자, 해변

by 호피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나면 마음의 풍경이라는 것이 생긴다.

5년전인가, 한참 해외를 가고 싶던 해였다. 20대 초반. 해외 어학연수에 떨어져 그해엔 가지못했다. 대신 엄마가 해외여행으로 유럽투어를 다녀왔다. 엄마가 없는 집 혼자 거실에 나와 밤에 해변에서 혼자를 여러번 봤다. 당시 내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살이 빼고 싶었고 안먹다 보니깐 먹고싶지 않아졌고, 배가 고프고 추운 겨울이었다. 마음이 자꾸 쓸쓸해서 영화를 자주 봤다.


마음의 허기라는 것이 겨울에는 꼭 한번 찾아온다. 그리고 그 감정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지할 것이 필요했다. 그때마다 영화에 의지했었다. 커피와 담배, 퐁네프의 연인들, 몽상가들, 녹색광선 등 영화인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달고 살았다. 담배처럼, 커피처럼. 무언가를 잊기 위해 마음의 풍경을 자주 돌아보고 쓸고 닦아야했다.


어제 다시 5년 전과 비슷한 감정이 찾아왔다. 다시 밤에 혼자 해변을 걷는 상상을 할 때가 온것이다. 그때만큼 이 감정이 당황스럽지 않다. 익숙하지도 않다.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 오고 가는 그런 마음의 상태를.


홍상수의 영화를 보고나면 꼭 그 영화에 나온 장소를 찾아본다, 주인공이 먹는 음식을 따라 먹고싶어진다,다음날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다 어제 마음에 남은 영화속 대사를 우연히 곱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잠시 그 영화속 주인공이 된다. 나를 잊을 수 있다.

나를 잊기 위해서 타인을 알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타인과 멀어지고 나면 내게 돌아오는 시간. 고요하고 쓸쓸한 시간이 앞으론 더 많아질꺼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상한 점 불편한 점을 유난히도 더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걸 내가 아주 잘 안다. 불편한 상황을 너무나 불편해한다. 그 회피하고 싶은 감정을 직면하기까지의 노력을, 생각하기를 힘들어하기 때문에 나보다 솔직한 타인의 말과 행동에서 도움을 얻곤한다. 그런내게 도움이 되었던건 무엇보다 물, 밤, 산책, 영화.


빠른 시일내에 어디에 아마 혼자 갈것이다. 또 다시 나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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