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지로 시작하는 하루

by 오동근

하루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을 때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정작 한 일은 별로 없는데 하루가 휙 지나가버린 기분. 마치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누군가 나를 끌고 간 것처럼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살았는데 하루가 끝나고 나면 허무하고 공허한 느낌이 남습니다.


알람에 억지로 깨어나고, 눈 뜨자마자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어 올리고, SNS나 뉴스 피드를 아무 생각 없이 훑다가 어느새 10분, 30분이 지나 있는 그런 아침. 이렇게 하루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지 못하고 시작한 하루는 이상하리만치 무기력했습니다. 머리는 멍하고, 몸은 무겁고, 의욕은 바닥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게 ‘당연한 아침’이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피곤하니까 알람은 당연히 몇 번쯤 미뤄야 하고 일어나면 무조건 핸드폰만 붙들고 있는 아침. 이렇게 지내다 보면 하루 종일 흐지부지한 상태로 뭔가에 끌려다니듯 시간을 흘려보내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자책감이 밀려왔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 ‘오늘도 또 시간을 낭비했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정말 의지가 없어서 이러는 걸까? 아니면 하루의 시작을 잘못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눈을 떠서 처음으로 하는 행동이 무의식적이고 수동적인 것이라면 그 하루 전체도 그렇게 흐르게 되는 게 아닐까? 결국 아침 30분이 하루의 방향을 정한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그래서 작은 실험을 해봤어요. 알람이 울리면 눈을 감은 채로 속으로 이렇게 말해보는 거죠. “오늘 하루는 내가 주도한다. 나는 끌려가지 않는다.” 그런 다음 핸드폰을 들기 전에 일단 몸을 일으켜 커튼을 걷고 찬물로 얼굴을 씻고 거실로 나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셨습니다. 핸드폰은 그 이후에야 확인했죠.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몸이 훨씬 가벼웠고, 머리도 맑았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하루는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하루가 더 이상 부담이 아니라 기회의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하루를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아침에 이불을 개는 행동이나 책 한 줄을 읽는 걸 ‘대단한 자기관리’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부담스럽고 귀찮은 일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사실 그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내가 하루를 자발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작은 행동’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보다 내가 스스로 선택해서 하느냐입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의도가 다르면 결과도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핸드폰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목적 없이 보면 끌려가지만 “나는 지금 뉴스 한 꼭지만 보고 그만 볼 거야”라는 의식이 있다면 그것도 자발적인 선택이 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에 노출돼 있고 그 정보에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유튜브 추천 영상,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뉴스 푸시 알림, 단톡방 메시지들. 거기서 과연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몇 개나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나는 자기계발 영상만 본다”, “뉴스도 보고 공부도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정보에 소비당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 정보가 나를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내 시간을 빼앗고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죠.


핸드폰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영상이나 피드를 무심코 넘기지 말고, 딱 3초만 생각해보세요. “이 정보는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 “이건 지금 이 순간 내가 선택한 콘텐츠인가?” 그 짧은 멈춤이 하루 전체를 바꾸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무조건 이불부터 갭니다. 어떤 날은 귀찮고 어떤 날은 의미가 없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은 저에게 하루를 선언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내 하루를 내가 책임지겠다.” 사실 아침에 이불을 개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죠. 하지만 그 사소한 행동을 ‘내 의지로’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줍니다. 하루를 누군가가 설계한 콘텐츠나 외부 자극에 이끌려 살지 않고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자기 인생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들지 마세요. 단 5분이라도 좋습니다. 나를 위한 시작의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그 5분이 오늘 하루의 방향을 바꾸고 나아가 인생의 방향까지도 바꿔줄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아침에 읽고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내가 선택한 하루를 살아보세요. 내 의지로 시작된 하루는 결코 허무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분은 이 글을 자발적으로 읽고 있는 이 순간 오늘을 아주 잘 시작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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