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is the best

by 오동근

물건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몇 년 전의 다이어리를 펼쳤습니다. 그 안에는 다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올해는 매일 운동하기”, “한 달에 책 10권 읽기”, “새벽 5시에 기상하기” 같은 말들이 빛나는 펜으로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떠오른 감정은 자책감이었습니다. 저 많은 목표들 중에서 지켜낸 것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은 고작해야 몇 주 버티다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기억들이었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열심히 계획을 세우면서도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일까요?


요즘 저는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실행의 도구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 생각을 확신으로 바꿔준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에 나오는 말인데요. “진리란 세계를 단순하게 하는 것이지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데 그쳤지만 며칠이 지나도 마음에 계속 맴돌더니 결국 저의 생활 원칙까지 바꾸어 놓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중요한 일일수록 더 복잡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착각하곤 합니다. 계획이 촘촘해야 하고, 분석이 정교해야 하며, 결과에 대한 예측까지도 빈틈없이 해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를 제대로 해보려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환경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이런 생각이야말로 행동을 가로막는 주범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첫 게시물부터 완벽하게 쓰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글의 구조, 키워드, 노출 알고리즘, 사진 배치, 문장 길이까지 모든 것을 계산하다 보니 정작 '글쓰기' 자체는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단순하게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일단 올린다.” 어떤 성과가 나오든, 반응이 없든, ‘올린다’는 동작 자체에만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고 어느새 블로그에는 글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단순화’가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를 몸소 깨달았습니다. 단순하게 하면 실행이 쉬워지고 실행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며 그 자신감은 더 큰 실행을 만들어냅니다. 이 선순환의 시작은 바로 ‘복잡한 생각을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는 오히려 모든 것이 단순했습니다. ‘재미있으니까 한다’, ‘좋아하니까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유를 붙이고, 논리를 더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행동력’은 점점 약해지고 대신 ‘생각만 많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모든 것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꽤 늦게서야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만 던집니다. “이걸 왜 하지?” 그리고 그 답은 되도록 한 문장 아니 한 단어로 정리하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기계발을 하실 때 너무 많은 목표를 한꺼번에 세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달에 책 20권 읽기, 하루에 영어 단어 100개 암기, 매일 1시간 운동하기, 새벽 5시 기상하기 등등. 물론 이 모든 것은 좋은 습관입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그 무게에 지쳐버리기 쉽습니다. 실제로 성공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작은 언제나 작고 단순합니다. “매일 한 줄만 읽기”, “하루 10분 걷기부터 시작” 같은 소소한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연습은 문제 해결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종종 모든 가능성을 분석하려 듭니다. “이걸 이렇게 하면 저게 문제고, 저걸 고치면 또 다른 게 걸리고…” 그러다 보면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결국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고 독서량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단순해집니다. 세상의 흐름, 사람의 심리, 반복되는 패턴 등을 이해하게 되면 문제를 훨씬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하다고 해서 무조건 쉽거나 가볍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순화는 오히려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수많은 생각과 가능성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 하나만 골라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중심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그 중심이 단단해질수록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목표를 세울 때 반드시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나는 도서관에 1년에 100번 간다.” 복잡하게 ‘무슨 책을 몇 권 읽고 어떤 리뷰를 쓸 것인지’ 따지지 않습니다. 그냥 100번 갑니다. 그 안에서 책을 읽든, 앉아만 있든, 집중이 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일단 도서관에 간다는 것 자체가 저의 실행 기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단순함은 결코 무책임하거나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무조건 쉽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기’를 통해 진짜 중요한 것을 남기겠다는 훈련입니다. 실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계획 부족’이 아니라 ‘계획 과잉’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많은 분들이 깨달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복잡함은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진짜 변화는 단순함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단 하나만 정해보시기 바랍니다. 하루에 한 줄 글 쓰기, 물 한 잔 마시기, 10분 산책하기, 아니면 “나와의 약속을 하나 지키기.”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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