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침대 옆 책상 위에 쌓여 있는 빈 커피컵, 컴퓨터 모니터에 멈춰 있는 전날 작업의 흔적, 그런 방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의욕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오늘도 똑같겠지 뭐.’ 이런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듯 시작한 적, 혹시 있지 않으세요?
그 무료하고 무기력한 기분이 ‘공간’ 때문이라는 것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일이 힘들고, 내가 게으르고, 체력이 떨어졌다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어느 날 그냥 책상 위를 깔끔하게 치우고, 창가에 화분을 하나 두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지더군요.
문득 ‘공간이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고 그 이후로는 의도적으로 공간을 자주 바꾸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머릿속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부터 손봐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공간이라는 개념을 너무 좁게 생각해요. ‘집, 회사, 학교’ 같은 물리적인 장소 정도로만 받아들이죠.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는 감정, 에너지, 그리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무수한 자극들이 녹아 있어요.
‘사람은 평균적으로 평생 동안 12km 반경 안에서만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너무 놀랐어요.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더라고요. 어릴 땐 집-학교, 성인이 된 후엔 집-회사-마트. 가끔 여행 가는 걸 제외하곤 같은 곳을 돌고 또 돌죠. 그런 공간 속에 있다 보면 당연히 생각도 좁아집니다. 자극도 줄어들고, 인생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죠. 스마트폰으로 새로운 정보를 접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것도 내 관심사 위주로 필터링된 정보들뿐이에요. SNS 속 ‘새로운 세상’도 알고 보면 누군가의 일상일 뿐 진짜 내가 발 딛고 서 본 세계는 아니에요.
책을 보며 간접적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한 걸음 나가보면 그 책에서 봤던 세상이 훨씬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지만 저는 여전히 종이책을 고집해요. 왜냐고요?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안에 담긴 사상과 이야기들이 마치 내 옆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처럼 느껴지거든요. 사람들은 흔히 ‘핸드폰으로도 책 볼 수 있잖아’라고 말해요. 물론 가능은 하죠. 하지만 문제는 그 안에 유혹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5분 책 읽다가 알림 창 한 번 뜨면 우리는 순식간에 다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잖아요. 그 안은 결코 넓은 세상이 아니에요. 오히려 아주 작고 반복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만 가득한 좁은 방이죠.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 적 있어요. 아주 맑은 날이었죠. 하늘을 보는 그 몇 초 동안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졌어요. 스마트폰을 보며 고개를 숙일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죠.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이 곧 내가 닿을 수 있는 한계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자주 하늘을 봅니다. 걷다가도 멈춰서 올려다보고, 하늘 사진을 찍고, 그 아래서 내가 어떤 공간 안에 있는지를 느끼죠. 그렇게 매일 시야를 넓히다 보니 제 마음도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졌어요.
정말 신기해요. 공간을 바꿨을 뿐인데 제 인생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감정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지니 결국 내가 바뀐 거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지금 삶이 답답하고 막막하다면 가장 먼저 공간을 바꿔보세요. 정리정돈을 하거나, 새로운 길을 걸어보거나,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 가보는 것만으로도 큰 전환점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하늘을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책이 있는 공간에 머무르세요. 처음에는 작은 변화지만 그게 어느 순간 당신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간이 변하면 진짜 인생도 변합니다. 그건 제가 직접 겪은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