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무슨 의미인지 명확히 와닿지 않았습니다. 어둡고 막막한 순간엔 그저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그 문장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려주고 싶은 듯 조용히 나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며칠 후, 도서관에서 그 문장이 제목으로 달린 책을 발견했을 땐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스테판 츠바이크이라는 저자의 『어두울 때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책장을 넘기자마자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줄줄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생각.
‘지금 이 어둠은 어쩌면 내 인생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순간일지도 몰라.’
사람들은 흔히 ‘힘들지 않아야, 괜찮아야, 그래야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둠은 무조건 피해야 하는 대상이 되지만 저자는 고통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 하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야만 삶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도 위기 속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 뇌는 위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가장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작동한다고 해요.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정말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통찰을 얻는 순간은 환하고 평온한 때가 아니라 오히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를 돕고 싶은 첫 번째 충동에 주저 없이 순종해야 한다.”
처음엔 단순한 말처럼 들렸지만 계속 곱씹을수록 마음에 꽂혔습니다.
왜냐하면 저 자신이 그런 ‘첫 번째 충동’을 수없이 지나쳐왔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한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계셨는데 저는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저 ‘누가 하겠지’ 하며 외면했습니다. 결국 아무도 돕지 않았고 할머니는 힘겹게 혼자 계단을 올라가셨죠. 이 경험을 계기로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착한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착한 행동’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용기는 우리 안의 따뜻함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힘입니다.
요즘같이 경제도 어려운 시기엔 사람들 마음속에 어둠이 자주 찾아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시기에 우리가 더 많이 깨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어두운 밤하늘일수록 별은 더 잘 보이니까요.
당장은 답답하고 터널의 끝이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둠 속에서 우리는 진짜로 중요한 것들을 보게 됩니다. 내가 누구였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통찰은 결코 평온한 시기엔 얻을 수 없는 것들이죠.
이제는 어둠이 찾아올 때마다 두렵기보단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이번엔 또 어떤 진실이 어떤 통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고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삶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계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이 걷고 있는 그 어둠은 언젠가 분명히 당신의 삶에 가장 빛나는 순간을 데려다 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빛으로 가는 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