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꿈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저는 커피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해서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하는데요. 요즘은 이런 생각이 '내가 소비자로서 느낀 즐거움만' 가지고 내 인생을 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새 책 냄새를 맡는 것, 조용한 책방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누가 추천해 준 책을 밤새워 읽는 것을 좋아해서 ‘나도 작은 서점 하나 열어볼까?’ 요즘은 동네책방이 유행이니까 트렌드도 맞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돈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막상 그 일을 현실로 옮기려니 막막함이 밀려왔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파는 일’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려면 출판 유통 구조를 알아야 했고 입고·재고·판매·고객 응대 같은 실무가 뒤따랐습니다. 단순히 '책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어요. 게다가 하루 종일 책을 팔며 정작 책 읽을 시간은 줄어들고 매출 걱정과 임대료 SNS 마케팅까지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책을 '소비하는 걸' 좋아했던 거지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일'까지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제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어떤 걸 좋아한다고 할 때 꼭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요. “나는 이걸 만드는 입장도 좋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는 요즘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 우선은 ‘생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합니다. 최근엔 커피에 푹 빠져 있어 다양한 원두를 맛보는 게 즐거웠고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리는 동작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죠. 그 마음으로 바리스타 자격증 수업을 들어봤는데요. 예상보다 훨씬 고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머신 관리, 정확한 추출 시간, 온도 조절, 라테아트까지 전부 몸으로 익혀야 했고, 고객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설명하는 법도 배워야 했습니다.
그 경험이 저에게 던진 질문은 명확했어요. “이 과정을 즐기고, 반복해도 행복할 수 있는가?”
저는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게 되었고 결국 커피는 취미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소비자로서의 나는 행복했지만 생산자의 삶까지는 감당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잘할 수 있다’, ‘열정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진짜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그 일이 지닌 고됨까지 마주했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만약 지금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걸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꼭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체험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고 그게 어렵다면 책이나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통해 간접 체험이라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로서의 즐거움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산자의 시선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 비로소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생산의 과정까지도 견디고 즐기고 스스로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는 진심으로 그 일에 뛰어들어도 됩니다. 그런 확신이 있다면 분명히 행복하게 돈도 벌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무엇을 좋아하고 계신가요? 그걸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꼭 생산의 세계를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그 속엔 내가 미처 몰랐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