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새 운동화를 사서 방 한쪽에 가지런히 두거나 고급 시계를 손목에 차고 외출하는 일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소유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증명하려 합니다. 자격증을 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작은 표식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갖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면 혹은 이미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꺼내 보는 게 더 의미 있는 일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서점에서 무심코 고른 한 권의 책에서 그런 생각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당신 안에 있다”라는 문장이 표지에 적혀 있었습니다. 순간 발걸음이 멈췄고 그 문장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책을 펼쳤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새롭게 배우는 것보다 내가 원래 갖고 있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능력을 깨우는 일이 훨씬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획득하기 위한 삶이 아닌 나에게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견해 가는 삶이야말로 더 근본적인 변화의 출발점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특히 꾸준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저로서도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글짓기 상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었는데 하다 보니 잘하고 싶어 졌고 계속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제 안에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깨어나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재능’이라는 말을 듣고 특별한 사람만이 가진 특별한 무언가라고 생각해서 “나는 그런 재능이 없어”라며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재능이라는 것은 새롭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에게 있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살아왔을 뿐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많은 분들이 무언가를 갖기 위해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자격증, 스펙, 기술, 타이틀… 물론 그것들이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다만 그보다 먼저 내 안에 어떤 가능성이 숨어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보다 때로는 나를 돌아보고 잊고 있던 나를 다시 꺼내는 일이 더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루에 한 장이라도 책을 읽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책은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빌려 내가 보지 못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해 줍니다. 그 마주침이 때로는 인생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는 더 이상 무언가를 억지로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나에게 이미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고 그것들을 좀 더 잘 꺼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안주’하거나 ‘포기’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내가 가진 것을 더 깊이 이해하고 활용해 가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더 넓은 가능성도 함께 따라오게 됩니다.
독서란 결국 그런 삶의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책은 우리에게 정답을 주기보다 나에게 무엇이 있었는지를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그 조용한 일깨움 속에서 우리는 나도 몰랐던 길을 찾게 되고 상상하지 못했던 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혹시 지금 무엇을 가져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아니면 남들과 비교하며 자꾸만 부족함을 느끼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은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나는 이미 무엇을 갖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답은 이미 여러분 안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 그 가능성의 창문을 열어보시길 바랍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거인이 깨어나는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