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카페 창가에 앉아 책장을 넘기던 중 한 문장에서 갑자기 마음이 멈추었습니다. 너무도 간결하고 조용한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묘사가 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습니다. “그 빛은 마치 옛 화가들이 누군가의 눈동자에 빛을 새겨 넣을 때 붓끝에 묻힌 아주 적은 양의 흰 물감 같았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정말로 작은 빛 한 줄기를 그렇게 세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인물의 머리 위로 스며든 햇살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혼을 드러내는 요소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빛 한 조각에 그런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지금껏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세상을 같은 비율로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자동으로 맞춰진 비율처럼 너무 익숙한 시선으로만 세상을 소비하고 해석합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익숙함은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없게 만듭니다. 나 자신조차도 항상 같은 각도에서만 바라보다 보면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이나 감정들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후로 요즘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조금 더 세심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정도로만 느끼던 감정도 이제는 ‘혹시 어떤 일이 있었을까?’,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나의 시선을 한 걸음 더 깊게 들이밀었을 때 보이지 않던 마음의 결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관계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 거나 ‘변화는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것이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시선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남의 장점은 확대해서 보지만 정작 자신의 장점은 너무 작게 보거나 아예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 자신을 조금 더 자세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시선을 바꾸는 훈련은 내면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사람의 감정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능력이나 잠재력 또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던 문제들도 시선이 바뀌는 순간 함께 보이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발견하기 위한 ‘포커스’의 조절입니다. 가까이 들여다보거나 때로는 멀리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해 보는 능력이 결국 우리를 성장으로 이끕니다.
문학은 이런 시선의 확장을 도와주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 작품 속 문장들은 하나의 장면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독자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어와 문장 사이에 숨겨진 감정들을 읽어내며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문학이 감성적인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섬세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더 빠르게 본질을 이해하고 더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감정과 디테일을 잘 읽어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8월이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서 시선을 바꿔보기에 딱 좋은 달이라고 느껴집니다. 여름의 끝자락, 조금은 느긋하게 책 한 권을 들고 앉아 문학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지금껏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 훨씬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8월에는 문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조금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그 속에서 분명히 지금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하게 되실 것입니다.